[詩가 있는 갤러리] 정희성 '바닷가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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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만약 쓸쓸함을 구한다면
기차 타고 정동진에 가 보라
젊어 한때 너도 시인이었지
출렁이는 바다와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그 위를 떠가는 흰구름
그리고 바닷가 모래 위 작은 벤치에는
너보다 먼저 온 외로움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정희성 '바닷가 벤치'
더위가 꺾일 즈음,피서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어느날 오후가 적당하겠다. 기차에 흔들리는 동안 뒤틀린 생각의 매듭을 풀어 멀리 던져놓고 가라.정동진.출렁이는 바다와 소나무,흰 구름,그리고 작은 벤치가 있는 곳.그림 같은 풍경속 깊은 외로움이 고여 있는 그 곳에서 스스로와 만나는 시간.그 매력적인 쓸쓸함으로 세상의 질긴 인연들은 하얗게 빛 바래고 덧없는 욕심은 맑게 씻겨갈 것이다. 운 좋으면 어렴풋하게 흔들리던 삶의 모습까지 얼핏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도 저도 아니면 휘적 휘적 오고 있는 가을을 잠깐 느끼고 와도 좋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