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합종연횡' 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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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샌디스크, 마이크론→키몬다, 하이닉스→프로모스…
'치킨게임' 마무리 국면… 시설투자 자금 줄이고… 새 사업 리스크 최소화
반도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2001년 이후 최악의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약자'들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강자'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플래시 메모리 카드 업계 1위인 샌디스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D램 업계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독일 인피니온의 자회사인 키몬다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이닉스도 지난달 대만 3위 D램 업체인 프로모스의 지분 8.6%를 인수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마이크론도 전략 수정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계의 '치킨 게임'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바야흐로 합종연횡의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진단한다. 치킨 게임은 두 명의 경쟁자가 상대방을 향해 마주보고 차를 돌진시키는,일종의 담력 테스트를 비유하는 표현이다. 공급 과잉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는 구조 속에서 상대방이 '사업 철수'를 선언할 때까지 가격 전쟁을 벌이는 반도체 업계가 그런 상황이었다. '반도체 치킨 게임'은 2007년 1월 D램 가격(512메가 DDR2 기준)이 6달러 밑으로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는 M&A(인수.합병)와 지분 취득,기술제휴 등을 포괄하는 합종연횡이다. 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리스크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모리 분야 3위를 달리고 있는 마이크론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독일 인피니온이 갖고 있는 키몬다사의 지분 77.5%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 인수가 확정되면 키몬다와 대만 난야의 D램 합작 생산법인인 이노테라의 지분도 확보하게 된다. 한때 메모리 업계 3위였던 키몬다는 매출 부진으로 업계 5위로까지 순위가 떨어진 상태다.
메모리 카드 업계 1위인 샌디스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전략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샌디스크는 도시바와 함게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수가 성사될 경우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리게 된다.
◆수렁에 빠진 반도체 시장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을 촉발시킨 것은 반도체 가격의 폭락이다. 3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던 반도체 가격은 1~2분기보다 오히려 더 떨어진 상태다. 7월1일 1달러2센트,8월1일 91센트였던 512메가 DDR2 D램의 거래 가격은 이달 초 76센트로까지 내려앉았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올해 초 3달러30센트에 거래됐던 8기가 MLC(멀티레벨셀) 낸드플래시의 9월 가격은 1달러65센트까지 폭락했다.
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아이 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대만 프로모스가 보유하고 있던 재고 물량은 분기 판매량의 116%에 달했다. 3개월 이상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만큼 판매 부진에 빠진 것.마이크론,엘피다,키몬다 등의 같은 기간 재고비율도 각각107%,82%,83%에 달했다.
반도체 업체들의 '지갑'은 대규모 시설투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얇아졌다. 300㎜ 웨이퍼 라인 1개를 증설하는데는 통상 3조원가량이 필요하지만 삼성전자나 도시바 정도를 제외하곤 이 정도의 자금 여력을 갖춘 업체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D램 업계 2위인 하이닉스는 자금여력이 1조여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
'치킨게임' 마무리 국면… 시설투자 자금 줄이고… 새 사업 리스크 최소화
반도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2001년 이후 최악의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약자'들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강자'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플래시 메모리 카드 업계 1위인 샌디스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D램 업계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독일 인피니온의 자회사인 키몬다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이닉스도 지난달 대만 3위 D램 업체인 프로모스의 지분 8.6%를 인수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마이크론도 전략 수정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계의 '치킨 게임'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바야흐로 합종연횡의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진단한다. 치킨 게임은 두 명의 경쟁자가 상대방을 향해 마주보고 차를 돌진시키는,일종의 담력 테스트를 비유하는 표현이다. 공급 과잉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는 구조 속에서 상대방이 '사업 철수'를 선언할 때까지 가격 전쟁을 벌이는 반도체 업계가 그런 상황이었다. '반도체 치킨 게임'은 2007년 1월 D램 가격(512메가 DDR2 기준)이 6달러 밑으로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는 M&A(인수.합병)와 지분 취득,기술제휴 등을 포괄하는 합종연횡이다. 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리스크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모리 분야 3위를 달리고 있는 마이크론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독일 인피니온이 갖고 있는 키몬다사의 지분 77.5%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 인수가 확정되면 키몬다와 대만 난야의 D램 합작 생산법인인 이노테라의 지분도 확보하게 된다. 한때 메모리 업계 3위였던 키몬다는 매출 부진으로 업계 5위로까지 순위가 떨어진 상태다.
메모리 카드 업계 1위인 샌디스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전략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샌디스크는 도시바와 함게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수가 성사될 경우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리게 된다.
◆수렁에 빠진 반도체 시장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을 촉발시킨 것은 반도체 가격의 폭락이다. 3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던 반도체 가격은 1~2분기보다 오히려 더 떨어진 상태다. 7월1일 1달러2센트,8월1일 91센트였던 512메가 DDR2 D램의 거래 가격은 이달 초 76센트로까지 내려앉았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올해 초 3달러30센트에 거래됐던 8기가 MLC(멀티레벨셀) 낸드플래시의 9월 가격은 1달러65센트까지 폭락했다.
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아이 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대만 프로모스가 보유하고 있던 재고 물량은 분기 판매량의 116%에 달했다. 3개월 이상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만큼 판매 부진에 빠진 것.마이크론,엘피다,키몬다 등의 같은 기간 재고비율도 각각107%,82%,83%에 달했다.
반도체 업체들의 '지갑'은 대규모 시설투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얇아졌다. 300㎜ 웨이퍼 라인 1개를 증설하는데는 통상 3조원가량이 필요하지만 삼성전자나 도시바 정도를 제외하곤 이 정도의 자금 여력을 갖춘 업체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D램 업계 2위인 하이닉스는 자금여력이 1조여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