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우수 연구원 50명 뽑아 경영교육

"현대.기아자동차가 지금까지는 초우량 기업들과 잘 싸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증수표는 어디에도 없어요. "(김수영 포스텍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산업기술센터 16층 중회의실.현대.기아차 남양종합기술연구소의 연구원 50명이 '열정반'과 '혁신반'으로 나뉘어 강의를 듣고 있었다. 현대차 그룹의 앞날을 걱정한 김수영 교수의 강조 포인트는 "초우량 기업도 하루 아침에 쓰러지는 시대다. 자동차 업계만 보더라도 수십년 동안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었던 GM과 포드가 생존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진단 끝에 나온 것이었다.



이날 '혁신마인드와 변화관리'라는 주제의 강의가 진행된 열정반에선 "단순히 변해서는 살아 남을 수 없고,중요한 건 변화의 속도"라는 김 교수의 말에 한 연구원이 "언제쯤 그 변화에 끝이 올까요"라며 다분히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의뢰를 받은 산업기술재단이 교수진을 구성한 이 '글로벌 R&D 전문가 과정'은 연구.개발에만 매몰되기 쉬운 엔지니어들이 '미래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술경영(MOT.Management of Technology) 프로그램이다.

1만명에 가까운 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선발된 50명은 연말까지 주당 10시간씩(금요일 7시간,토요일 3시간) 모두 150여 시간의 강의를 듣게 된다. 교육비용만 4억원에 이른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사장)은 지난달 21일 입학식에서 "여러분은 적극적인 사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회사의 차세대 글로벌 리더"라며 "장기적 안목을 갖고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부분을 이해하고 그들과 합심할 줄 아는 자세도 갖춰 달라"고 말했다.

미래 경영자를 위한 과정인 만큼 교과목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십과 협상 △프로젝트 관리 △혁신마인드와 변화관리 △문제해결 △시장분석 등 엔지니어들이 좀처럼 관심을 갖지 못했던 분야가 대거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와인,건강과 자기관리,유머와 화술 등과 같은 주제의 교양특강도 매주 1시간씩 진행된다. 실제로 이날 오후 '혁신반' 연구원들은 와인의 종류와 매너에 대한 소믈리에의 특강을 듣고 직접 와인을 따서 따르고 마셔보는 실습 시간을 가졌다.

15년간 엔진개발 분야에서 일해왔다는 한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큰 틀에서 회사를 보지 못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연구개발 과제를 달성하는데만 몰두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과정을 통해 내가 개발하는 기술이 회사는 물론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