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정현종씨 "늘 깨어있어야 좋은 詩 나옵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잘 살아야,열심히 살아야 좋은 시가 나오기 때문에 시 쓰는 일이 어렵습니다. 늘 정신이 깨어있어야 하고,무디어지지 않아야 하고,감정도 거칠어지면 안됩니다. 잔잔한 물에는 사물이 잘 비치지만 풍랑이 일면 그 형상이 일그러지지 않습니까. "
5년 만에 신작시집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을 낸 정현종 시인(69·사진)은 "마음이 잔잔하고 고요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나 그런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어려워 시 쓰기가 쉽지 않다"면서 "독자들이 시를 천천히 씹어가면서 읽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에는 60여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표제작 <광휘의 속삭임>을 비롯해 시에 얽힌 이런저런 생각을 다룬 작품들,경계가 없는 세계를 노래한 시편 등이 담겼다.
'저녁 어스름 때/ 하루가 끝나가는 저/ 시간의 움직임의/ 광휘,/ 없는 게 없어서/ 쓸쓸함도 씨앗들도/ 따로따로 한 우주인,/ (광휘 중의 광휘인)/ 그 움직임에/ 시가 끼어들 수 있을까. '(<광휘의 속삭임>)
그는 표제작에 대해 "나에게 저녁 어스름은 없는 게 없다는 느낌을 주는 풍부한 시간"이라며 "그런 순간을 모두 시로 써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 <시가 막 밀려오는데>에서 '잠결에/ 시가 막 밀려오는데도,/ 세계가 오로지 창(窓)이거나/ 지구라는 이 알이/ 알 속에서 부리로 마악 알을 깨고 있거나/ 시간이 영원히 온통/ 푸르른 여명의 파동이거나/ 하여간 그런 시가 밀려오는데도'라고 노래한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시적 이미지가 담고 있는 생생한 힘,생기발랄한 시적 상상력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순간을 다루었다"고 말했다.
또 '시를 쓰련다는 야심은/ 그것만으로/ 시를 죽이기에 충분하다는/ 앙리 미쇼의 말씀!'(<시 죽이기>)을 통해서는 "시를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시 같지 않은 시를 쓰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박혜경씨는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사물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라고 이번 시집 수록작들에 대해 평가했다. '방 안에 있다가/ 숲으로 나갔을 때 듣는/ 새 소리와 날개 소리는 얼마나 좋으냐/ 저것들과 한 공기를 마시니/ 속속들이 한 몸이요/ 저것들과 한 터에서 움직이니/ 그 파동 서로 만나/ 만물의 물결,/ 무한 바깥을 이루니….'(<무한 바깥>)
정 시인은 1965년 등단해 ≪사물의 꿈≫,≪세상의 나무들≫,≪갈증이며 샘물인≫,≪견딜 수 없네≫,≪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등의 시집을 발표했다. ≪광휘의 속삭임≫은 9번째 시집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5년 만에 신작시집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을 낸 정현종 시인(69·사진)은 "마음이 잔잔하고 고요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나 그런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어려워 시 쓰기가 쉽지 않다"면서 "독자들이 시를 천천히 씹어가면서 읽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에는 60여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표제작 <광휘의 속삭임>을 비롯해 시에 얽힌 이런저런 생각을 다룬 작품들,경계가 없는 세계를 노래한 시편 등이 담겼다.
'저녁 어스름 때/ 하루가 끝나가는 저/ 시간의 움직임의/ 광휘,/ 없는 게 없어서/ 쓸쓸함도 씨앗들도/ 따로따로 한 우주인,/ (광휘 중의 광휘인)/ 그 움직임에/ 시가 끼어들 수 있을까. '(<광휘의 속삭임>)
그는 표제작에 대해 "나에게 저녁 어스름은 없는 게 없다는 느낌을 주는 풍부한 시간"이라며 "그런 순간을 모두 시로 써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 <시가 막 밀려오는데>에서 '잠결에/ 시가 막 밀려오는데도,/ 세계가 오로지 창(窓)이거나/ 지구라는 이 알이/ 알 속에서 부리로 마악 알을 깨고 있거나/ 시간이 영원히 온통/ 푸르른 여명의 파동이거나/ 하여간 그런 시가 밀려오는데도'라고 노래한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시적 이미지가 담고 있는 생생한 힘,생기발랄한 시적 상상력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순간을 다루었다"고 말했다.
또 '시를 쓰련다는 야심은/ 그것만으로/ 시를 죽이기에 충분하다는/ 앙리 미쇼의 말씀!'(<시 죽이기>)을 통해서는 "시를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시 같지 않은 시를 쓰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박혜경씨는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사물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라고 이번 시집 수록작들에 대해 평가했다. '방 안에 있다가/ 숲으로 나갔을 때 듣는/ 새 소리와 날개 소리는 얼마나 좋으냐/ 저것들과 한 공기를 마시니/ 속속들이 한 몸이요/ 저것들과 한 터에서 움직이니/ 그 파동 서로 만나/ 만물의 물결,/ 무한 바깥을 이루니….'(<무한 바깥>)
정 시인은 1965년 등단해 ≪사물의 꿈≫,≪세상의 나무들≫,≪갈증이며 샘물인≫,≪견딜 수 없네≫,≪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등의 시집을 발표했다. ≪광휘의 속삭임≫은 9번째 시집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