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양대 국책 모기지 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은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양사의 영업을 정상화시켜 주택 경기를 떠받치려는 정책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양사가 지속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선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다.특히 양사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해 온 중국 멕시코 등 해외 중앙은행들도 최근 들어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빚어진 게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정부와 의회내에서 위기감이 커졌고 서둘러 구제금융을 단행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게 됐다.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 직전에 구제금융을 단행하는 것보다 지금이 최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결정했나

구제금융을 결정하기 위해 5일 워싱턴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하는 긴급 회의를 열었다.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제임스 록하트 연방주택금융지원국장,다니엘 머드 패니매 최고경영자,리처드 사이론 프레디맥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했다.패내매 법률자문사인 설리번&크롬웰의 로드긴 코헨 회장도 동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에 처한 금융시장과 모기지 시장을 살리면서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국민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특히 주택 모기지 관련 사업만 주로 하는 양사의 특성을 감안해 최적의 공적자금 투입 계획을 마련했다는 게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의 설명이다.이 과정에서 의회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지원 방법은

정부가 우선주 혹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신규자본을 투입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자금 투입은 총액을 못박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지게 된다.세금으로 망할 회사를 살린다는 비판을 조금이라고 피해보자는 뜻이 깔려있는 듯하다.시장에서는 주택 시장 여건에 따라 상황이 바뀌겠지만 적어도 2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와 관련,블룸버그는 연방주택금융지원국가 양사가 자본 잠식에 빠지지 않도록 각각 최대 1000억 달러씩 투입해 우선주를 매입할 준비가 돼있다 보도했다.양사는 다른 금융사에 비해 느슨한 감독을 받은 탓에 위기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 관리는 최소한 양사의 모기지 증권 인수가 늘어나 2009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폴슨 장관이 “2010년 부터 양사의 자산이 줄고 리스크도 감소하게 될 것”이란 발언에 비춰 볼 때 민영화 시점은 그 뒤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시장 파장은

양대 모기지 업체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은 글로벌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두 회사가 정상화되면 모기지시장 활성화로 주택가격 하락이 진정되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돼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미 재무부가 이례적으로 휴일에 지원책을 발표키로 한 것도 주초 개장되는 아시아증시에 영향을 줘 주가하락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의 분석이다.두 회사의 채권을 보유중인 한국은행등 각국 중앙은행들과 연금 펀드,금융사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양대 모기지 회사가 정부 보유회사가 되는 만큼 부도 위험성이 사실상 없어져 채권 값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이미 발행된 보통주와 우선주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볼 것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이렇게 되면 연초 대비 80% 가량 빠진 양사 주가가 추가로 급락할 수 있다.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시가총액은 각각 75억 달러,33억 달러 규모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