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최진석 기자 일일 택배 체험기…"추석연휴 짧아 우린 웃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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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짧아 우린 웃지만 유난히 박스가 작네요"
"작년 추석보다 선물 박스 크기는 30%가량 작아졌지만 박스 개수가 늘어 일할 맛이 납니다. "
지난 5일 오전 7시 기자가 일일 택배 체험을 위해 찾은 택배업체 CJ GLS의 서울 가양동 강서터미널.한장원 강서지점장 은 희색이 만면이다. 이날 배송할 물량만 1만2000박스.평소보다 50% 많고 작년 추석보다도 10%가량 늘었다고 한다. 추석 경기가 부진하지만 짧은 연휴 탓에 귀성 대신 선물로 때우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이다.
행선지별로 박스를 분류하는 120m 길이 컨베이어 벨트 앞에는 100여명 직원들의 고함 소리가 벨트 소음과 뒤섞여 요란하다. 이 소리가 클수록 택배회사는 호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자의 택배 체험은 꾸지람으로 시작됐다.
"어허,주소 똑바로 보라니까! 재빨리 보고 '공항동'이라고 적힌 박스를 골라 내요. "
기자와 함께 택배에 나선 고명제 점장(46)은 일 시작하기 무섭게 기자를 다그친다. 6년차 베테랑인 그는 서울 강서지역 담당 11명 점장 중 한 명으로 14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벨트 위에는 압력밥솥,쌀,김,과일 등 갖가지 상자들이 밀려든다. 보낸 곳도 경기 시흥,경남 양산,광주 등 다양하다. 고 점장은 "지난 추석에는 상자들이 라면 박스보다 크고 비싼 쇠고기 굴비가 많았는데 올해는 소포장이 대부분이고 과일이 많다"고 귀띔한다.
오전 11시께 기자의 키보다 더 높게 이날 담당구역(공항동)으로 갈 박스들이 쌓인다. 겨우 박스 분류를 마치고 설렁탕을 먹으러 갔지만 숟가락을 든 손이 벌써부터 떨려 입까지 가져가기가 힘들다.
직원들은 평소 1인당 하루 100~120박스를 배달하지만 이날은 200박스 넘게 할당됐다. 박스당 배달료로 800~900원이 떨어진다. 평소 직원들 일당이 8만~9만원 정도인데 추석 대목에는 두 배인 18만원을 버는 셈.여기에서 점장이 차량 유지비,기름값,통신료 등 공동 경비를 떼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다.
오후 1시부터 배송 시작이다. 밤 11시까지 시간당 20박스를 배달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고 점장은 휴대폰부터 집어든다. "이나정씨 택뱁니다. 박스 두 갠데요. 10분 내로 도착합니다…."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곳 저곳 배달하다 보니 비와 땀으로 속옷까지 젖는다. 그런데도 고 점장은 시간 없으니 뛰라고 재촉이다. "택배는 세 가지를 잘해야 합니다. 박스를 배송 순서대로 쌓는 것,배달 동선을 정하는 것,그리고 뛰는 거죠."
오후 2시가 되자 빗줄기가 잦아든다. 도착한 곳은 공항동 주택단지.말이 주택단지이지 90% 이상이 4층 빌라이다. 출발 전 기자에게 '구경만 하라'던 고 점장은 3,4층으로 올라갈 짐만 골라서 잘도 시킨다.
오후 3시.3~4층 계단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니 현기증이 나고 땀이 비오듯 한다. 고 점장이 알려 준 빌라 4층에 아무도 없어 전화를 걸었더니 옆 동(棟)이란다. 그는 미안했던지 주스 캔을 내민다. 허기가 져 주스를 단숨에 들이켰다. 점심 때 입맛 없다고 남긴 설렁탕 생각이 간절하다. 저녁을 굶었는데 8시30분께 아파트 쪽 배달을 못 끝낸 직원들이 SOS를 친다.
배달을 모두 마친 시간은 밤 11시15분.점장이나 직원이나 다 녹초이지만 표정은 밝다. "택배 기사에게는 추석 설이 제일 힘들지만 돈 버는 소리가 들려 기분은 좋죠."
귀갓길 지하철에서 꼽아 보니 이날 하루 배달한 박스가 400개.팔 10여곳에 긁힌 자국과 피멍이 들었다. 기자는 토요일(6일) 오후 1시까지 내쳐 잤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작년 추석보다 선물 박스 크기는 30%가량 작아졌지만 박스 개수가 늘어 일할 맛이 납니다. "
지난 5일 오전 7시 기자가 일일 택배 체험을 위해 찾은 택배업체 CJ GLS의 서울 가양동 강서터미널.한장원 강서지점장 은 희색이 만면이다. 이날 배송할 물량만 1만2000박스.평소보다 50% 많고 작년 추석보다도 10%가량 늘었다고 한다. 추석 경기가 부진하지만 짧은 연휴 탓에 귀성 대신 선물로 때우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이다.
행선지별로 박스를 분류하는 120m 길이 컨베이어 벨트 앞에는 100여명 직원들의 고함 소리가 벨트 소음과 뒤섞여 요란하다. 이 소리가 클수록 택배회사는 호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자의 택배 체험은 꾸지람으로 시작됐다.
"어허,주소 똑바로 보라니까! 재빨리 보고 '공항동'이라고 적힌 박스를 골라 내요. "
기자와 함께 택배에 나선 고명제 점장(46)은 일 시작하기 무섭게 기자를 다그친다. 6년차 베테랑인 그는 서울 강서지역 담당 11명 점장 중 한 명으로 14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벨트 위에는 압력밥솥,쌀,김,과일 등 갖가지 상자들이 밀려든다. 보낸 곳도 경기 시흥,경남 양산,광주 등 다양하다. 고 점장은 "지난 추석에는 상자들이 라면 박스보다 크고 비싼 쇠고기 굴비가 많았는데 올해는 소포장이 대부분이고 과일이 많다"고 귀띔한다.
오전 11시께 기자의 키보다 더 높게 이날 담당구역(공항동)으로 갈 박스들이 쌓인다. 겨우 박스 분류를 마치고 설렁탕을 먹으러 갔지만 숟가락을 든 손이 벌써부터 떨려 입까지 가져가기가 힘들다.
직원들은 평소 1인당 하루 100~120박스를 배달하지만 이날은 200박스 넘게 할당됐다. 박스당 배달료로 800~900원이 떨어진다. 평소 직원들 일당이 8만~9만원 정도인데 추석 대목에는 두 배인 18만원을 버는 셈.여기에서 점장이 차량 유지비,기름값,통신료 등 공동 경비를 떼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다.
오후 1시부터 배송 시작이다. 밤 11시까지 시간당 20박스를 배달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고 점장은 휴대폰부터 집어든다. "이나정씨 택뱁니다. 박스 두 갠데요. 10분 내로 도착합니다…."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곳 저곳 배달하다 보니 비와 땀으로 속옷까지 젖는다. 그런데도 고 점장은 시간 없으니 뛰라고 재촉이다. "택배는 세 가지를 잘해야 합니다. 박스를 배송 순서대로 쌓는 것,배달 동선을 정하는 것,그리고 뛰는 거죠."
오후 2시가 되자 빗줄기가 잦아든다. 도착한 곳은 공항동 주택단지.말이 주택단지이지 90% 이상이 4층 빌라이다. 출발 전 기자에게 '구경만 하라'던 고 점장은 3,4층으로 올라갈 짐만 골라서 잘도 시킨다.
오후 3시.3~4층 계단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니 현기증이 나고 땀이 비오듯 한다. 고 점장이 알려 준 빌라 4층에 아무도 없어 전화를 걸었더니 옆 동(棟)이란다. 그는 미안했던지 주스 캔을 내민다. 허기가 져 주스를 단숨에 들이켰다. 점심 때 입맛 없다고 남긴 설렁탕 생각이 간절하다. 저녁을 굶었는데 8시30분께 아파트 쪽 배달을 못 끝낸 직원들이 SOS를 친다.
배달을 모두 마친 시간은 밤 11시15분.점장이나 직원이나 다 녹초이지만 표정은 밝다. "택배 기사에게는 추석 설이 제일 힘들지만 돈 버는 소리가 들려 기분은 좋죠."
귀갓길 지하철에서 꼽아 보니 이날 하루 배달한 박스가 400개.팔 10여곳에 긁힌 자국과 피멍이 들었다. 기자는 토요일(6일) 오후 1시까지 내쳐 잤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