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비디오 삼매경에 빠졌다.

비디오의 제목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북한-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이다.

지난 7일 중국 상하이에 도착해 북한전(한국시간 10일 오후 9시.훙커우스타디움) 준비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8일 오전부터 한 자리에 모여 허정무 감독의 '족집게 해설'에 맞춰 북한-UAE전 비디오 분석에 열중했다.

북한-UAE전이 7일 새벽 열려 선수들이 경기를 보지 못했던 터라 허 감독은 중계방송된 화면을 비디오에 담아 '숨은 구멍 찾기'에 열을 올렸다.

비디오 분석 시간에는 직접 UAE에서 북한 원정경기를 지켜보고 새벽 숙소에 합류한 정해성 코치가 허 감독의 보조강사로 나서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선수들에게 들려줬다.

북한은 최종예선 1차전에서도 '선수비 후역습' 작전을 통해 UAE 선수들의 진을 뺐고, 전반전 내내 공격을 퍼붓던 UAE는 후반 들면서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결국 1-2로 패하고 말았다.

허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한 부분도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개인기가 좋은 UAE가 북한을 시종일관 압도했지만 결국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제풀에 지친 격이 됐다"며 "북한은 빠르고 역습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특히 "북한은 엇비슷한 실력을 가진 팀이 만나면 고전할 수 밖에 없는 팀"이라며 "오히려 발 기술이 능한 팀은 쉽게 이길 수도 있다.

기회가 왔을 때 꼭 골을 넣어야 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태극전사들이 철저한 비디오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공격전술과 역습 차단을 통해 상승세를 탄 북한을 꺾고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향해 시원한 첫 출발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