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食客들 모두 다녀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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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들렀고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도 다녀갔죠."
서울 김포공항 인근 메이필드호텔 한식당 '낙원'의 김영환 조리장(55)은 식당 입구에서 유명 인사들의 사인이 담긴 액자를 가리키며 자랑했다. 김 조리장이 25년째 맛을 책임 지고 있는 '낙원'은 1984년 4월 문을 연 뒤 맛이 뛰어나기로 소문 나면서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2003년 개관한 메이필드호텔이 상대적으로 빨리 알려지게 된 것도 '낙원' 덕이란 평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전(煎)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측근의 말을 듣고 각색전 모듬전 등을 만들어 드렸죠.대식가였던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불러 맛이 좋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이후엔 전을 정식 메뉴로 넣었습니다."
그가 이곳의 조리장을 맡은 것은 29세 때."학창시절 공부보다는 노는 걸 좋아했어요. 주먹 자랑도 많이 했죠.고교 2학년 때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학교를 그만둔 뒤 고향인 경남 통영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김 조리장은 18세 때 친한 친구가 일하던 서울 종로1가 '부산 해운대 갈비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새벽 2~3시까지 설거지,청소부터 하고 가게에서 하루 4~5시간씩 새우잠을 잤죠.그렇게 7년간 이를 악물고 배웠어요."
김 조리장이 주방에서 '칼'을 잡은 건 1년이 지나서였다. 이후 갈비탕,비빔밥,냉면 만드는 법을 선배들의 어깨 너머로 배웠다. "갈비는 양념 만드는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양념은 최고참이 만드는데 절대로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리 설탕 10㎏,마늘 한 주먹 등 준비된 재료 양을 적어 뒀다가 최고참이 양념을 만들고 남은 양을 체크해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7년을 일했다. 다른 식당의 주방장 3년을 거쳐 10년간 모은 돈으로 마산에 내려가 독립했지만 톡톡히 실패도 맛봤다. "그 때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신촌의 한 갈비집에서 일하다 '낙원'에서 제의를 받았을 때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달려갔습니다."
'갈비 명인' 김 조리장의 비법은 양념에 있다. 그는 "양념 숙성은 온도가 중요한데 살얼음이 약간 얼 듯한 온도(0~3도)에서 4~7시간 지나야 제맛이 난다"고 살짝 귀띔했다. 기자가 맛 본 양념갈비는 양념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고기와 잘 어우러져 입에서 녹는 듯했다. 그의 갈비 맛에 반한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낙원'의 25년 단골이 됐다.
김 조리장은 어느덧 정년을 눈앞에 뒀다. "내년이 정년인데 힘 닿는 한 더 일하고 싶습니다. 퇴직 후에는 한우농장과 함께 고깃집을 해보고 싶습니다. 쇠고기와 함께 살아왔으니 끝까지 함께 가야죠."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서울 김포공항 인근 메이필드호텔 한식당 '낙원'의 김영환 조리장(55)은 식당 입구에서 유명 인사들의 사인이 담긴 액자를 가리키며 자랑했다. 김 조리장이 25년째 맛을 책임 지고 있는 '낙원'은 1984년 4월 문을 연 뒤 맛이 뛰어나기로 소문 나면서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2003년 개관한 메이필드호텔이 상대적으로 빨리 알려지게 된 것도 '낙원' 덕이란 평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전(煎)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측근의 말을 듣고 각색전 모듬전 등을 만들어 드렸죠.대식가였던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불러 맛이 좋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이후엔 전을 정식 메뉴로 넣었습니다."
그가 이곳의 조리장을 맡은 것은 29세 때."학창시절 공부보다는 노는 걸 좋아했어요. 주먹 자랑도 많이 했죠.고교 2학년 때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학교를 그만둔 뒤 고향인 경남 통영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김 조리장은 18세 때 친한 친구가 일하던 서울 종로1가 '부산 해운대 갈비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새벽 2~3시까지 설거지,청소부터 하고 가게에서 하루 4~5시간씩 새우잠을 잤죠.그렇게 7년간 이를 악물고 배웠어요."
김 조리장이 주방에서 '칼'을 잡은 건 1년이 지나서였다. 이후 갈비탕,비빔밥,냉면 만드는 법을 선배들의 어깨 너머로 배웠다. "갈비는 양념 만드는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양념은 최고참이 만드는데 절대로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리 설탕 10㎏,마늘 한 주먹 등 준비된 재료 양을 적어 뒀다가 최고참이 양념을 만들고 남은 양을 체크해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7년을 일했다. 다른 식당의 주방장 3년을 거쳐 10년간 모은 돈으로 마산에 내려가 독립했지만 톡톡히 실패도 맛봤다. "그 때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신촌의 한 갈비집에서 일하다 '낙원'에서 제의를 받았을 때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달려갔습니다."
'갈비 명인' 김 조리장의 비법은 양념에 있다. 그는 "양념 숙성은 온도가 중요한데 살얼음이 약간 얼 듯한 온도(0~3도)에서 4~7시간 지나야 제맛이 난다"고 살짝 귀띔했다. 기자가 맛 본 양념갈비는 양념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고기와 잘 어우러져 입에서 녹는 듯했다. 그의 갈비 맛에 반한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낙원'의 25년 단골이 됐다.
김 조리장은 어느덧 정년을 눈앞에 뒀다. "내년이 정년인데 힘 닿는 한 더 일하고 싶습니다. 퇴직 후에는 한우농장과 함께 고깃집을 해보고 싶습니다. 쇠고기와 함께 살아왔으니 끝까지 함께 가야죠."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