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기 위한 인류 최대의 실험이 시작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물리연구소(CERN)는 인류 최대의 과학실험장치인 '거대 강(强)입자 가속기'(LHCㆍLarge Hardron Collider)를 10일(현지시간) 첫 가동한다. 1994년부터 14년 동안 무려 95억달러(약 10조원)가 투입된 LHC 건설에는 유럽 아시아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과학자 약 1만명이 참여했다.

이번 실험의 목표는 입자물리학계의 큰 숙원인 힉스(Higgs Bosonㆍ반물질)라는 가상의 입자 존재를 확인하는 것.힉스 입자는 물리학 표준모형이 제시한 근본 입자들 중에서 관측이 안된 채 남아있는 마지막 입자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밝혀낸 모든 소립자들은 힉스 입자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주의 모든 입자들의 질량을 결정하는 이 입자가 발견되면 질량의 기원을 밝힐 수 있어 물리학에 큰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 100m에 건설된 LHC는 둘레 27㎞,지름 8㎞에 이르는 원주형의 세계 최대 실험장비로 기존의 미국 일리노이주 소재 페르미연구소 가속기보다 훨씬 빠르게 양성자를 가속시켜 더욱 강력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LHC에서 2개의 수소 양성자 빔들은 서로 반대쪽으로 진행하다가 강력한 초전도 자석에 의해 구부러져 충돌하면서 1000만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동안 빅뱅 당시와 비슷한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물리학자들은 이때 만들어진 여러가지 입자들을 검출기를 통해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의 저자인 고등과학원(KIAS) 물리학부 이종필 박사는 "이번 LHC 실험은 인류가 전대 미문의 에너지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힉스 입자를 찾아 내는 것 이외에도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암흑 물질,여러 힘을 하나로 통합하는 초끈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초대칭입자 등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고희석 인턴(한국외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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