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소장, 대법관 때 홀로 '무죄 의견'

춘천지법이 지난 5일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과 관련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2004년 합헌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가 또 다시 병역법 제88조의 위헌성을 심판하게 됐다.

8일 헌재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2002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대체복무를 통한 양심 실현의 기회를 주지 않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었다.

병역법 제88조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통상 1년6월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헌재에 사건이 계류 중인 가운데 2004년 5월 서울남부지법이 양심적 병역거부 피고인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논란이 가열됐으며 같은 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헌재는 그 해 8월 재판관 9명 중 7대 2 의견으로 "양심의 자유가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긴 하지만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을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대체복무제)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이를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었다.

그런데 춘천지법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4명이 입영을 거부하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각각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자 또 다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 대법원을 경유해 조만간 헌재에 접수될 예정이다.

지금 헌법재판관 중에 2004년 병역법 결정에 참여했던 재판관은 없다.

다만 이강국 헌재소장이 2004년 7월 당시 대법관으로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상고심 판결에서 12명의 대법관 중 유일하게 "국가의 형벌권이 한 발 양보함으로써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보다 더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무죄의견을 냈었다.

헌법재판관이 모두 바뀐데다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지만 안보 상황이나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어서 헌재가 판례를 뒤집을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한편 헌재에는 작년 4월 울산지법이 예비군 훈련 불참시 징역형과 벌금, 구류 등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향토예비군설치법 조항에 대해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한 사건도 계류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