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23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한국토지공사.예년 같으면 이미 채용계획이 발표돼 옥석 고르기에 들어갔을 터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주택공사와의 통합이 논의되면서 인력 채용계획이 전면 보류됐다.

당초 올해 초 신입사원을 뽑으려다 이를 하반기로 미뤘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기존 직원도 구조조정할 판에 신입사원 채용을 논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게 토지공사 직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이맘 때 195명을 수혈했던 대한주택공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사 담당자는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던 공기업 취업문이 올 하반기 훨씬 더 좁아졌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추진됨에 따라 통폐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취업문을 꽁꽁 걸어잠갔기 때문이다.

8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공기업의 85.7%가 채용 계획이 없거나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신규 직원을 뽑는 공기업들도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대폭 줄였다.

인크루트가 한국토지공사 등 35개 주요 공기업의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하반기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힌 곳은 5개사(14.3%)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을 실시했던 기업이 24개사(68.6%)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줄었다. 또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은 13개사,미정인 곳은 17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00여명을 뽑은 한국도로공사는 현재 채용 계획조차 잡지 못한 상태고 한국수자원공사도 인력 운영 계획을 정하지 못해 지난해 100여명을 뽑은 뒤 새피를 수혈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6명을 뽑은 환경관리공단도 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에 따라 진로가 불투명해 신규 채용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용 계획이 있는 공기업도 채용 규모를 크게 줄였다. 오는 17일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인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50명을 채용했지만 올 하반기에는 30명 내외로 채용 규모를 40%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공기업들이 채용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의 존폐 위기 앞에 신규 채용에 대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내년 공무원 신규 채용도 축소될 예정이어서 공무원과 공기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의 취업 문은 한층 더 좁아질 전망이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공무원과 공기업 시장의 신규 채용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으로도 눈을 돌려 너무 오랜 시간 취업의 공백기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