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정말 괜찮아요?"(취업 지망생) "그럼요,기술력과 미래 성장가능성이 무척 높은 우리 회사 협력업체입니다. 청춘을 바칠 만합니다. "(대기업 관계자)

조만간 서울 올림픽경기장 내 만남의 광장에서 벌어질 풍경이다.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 취업설명회에 참가,해당 기업의 현황과 미래 비전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오는 24일 서울 올림픽경기장에서 한국중소기업 이업종 교류연합회와 공동으로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채용박람회'를 갖는다고 8일 밝혔다.

이 박람회에는 전경련 회원사를 구성하고 있는 30대그룹 상생협력팀과 인사팀이 참여,산하 협력업체들의 IR(기업설명회)를 주관한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한진 등 상위 10대그룹은 별도의 부스를 마련,'기업이 원하는 바람직한 인재상' 등을 주제로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참여업체는 500여개로 대졸 신입사원을 포함해 최대 200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휘하 협력업체들의 취업설명회에 직접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작정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취업지망생들에게 실질적인 취업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중소기업과 대학가의 구인ㆍ구직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취업지망생들은 나름대로 기업의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름은 나지 않았지만,장래가 유망한 중소기업들을 대기업 관계자가 직접 소개할 경우 중소기업으로의 우수인력 유입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합동으로 열리는 이번 취업박람회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금호건설에 건설용 욕조 등을 납품하고 있는 화이트스파의 임정호 사장은 "이번에 서너 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할 예정"이라며 "금호 측이 직접 기업의 실상을 알려주면 좋은 인력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인 동양이엠피 관계자 역시 "일반인들도 우리가 삼성의 협력업체라는 사실은 알기 어렵다"며 "삼성이 앞장서 우리 기업의 비전과 미래를 설명해주면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던 취업준비생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대기업들도 취업박람회에 나서는 협력업체들을 엄선하고 있다. 사실상 해당기업의 비전을 '보증'해주는 자리인 만큼 재무건전성과 기술력,장래 성장가능성이 뛰어난 업체들을 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총 15개사를 이끌고 이번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인 롯데그룹 인사팀의 조광규 과장은 "그룹 고위층도 이번 행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협력사들의 성장이 원청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에 직결되는 게 현실인 만큼 단순히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