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에 힘입어 모기지 금리가 급락하고,달러화 가치는 8일 장중 한때 유로화 대비 11개월 만에 최고로 뛰었다. 하지만 모기지 금리 하락이 침체의 늪에 빠진 미 주택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신용시장은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美 모기지 금리 급락 … 달러는 초강세
이날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30년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는 연 6.08%로 지난 주말(6.26%)보다 0.18%포인트 급락했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잔디 수석연구원은 "이번 구제 조치로 30년만기 모기지 금리는 5.5%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기지 금리 하락은 주택 구입에 따른 대출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

하지만 정작 모기지 대출을 하는 은행들이 여전히 주택 관련 대출을 꺼림에 따라 이번 구제금융 조치가 주택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은행 간 대출금리와 연방기금(FF) 금리선물 간 스프레드가 지난 7월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은행 간 대출이 위축됐으며,파산위험을 나타내주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뛰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경색이 지속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될수록 CDS 프리미엄은 높아진다. 미 국채선물도 천문학적 구제금융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를 반영,큰 폭으로 떨어졌다.

美 모기지 금리 급락 … 달러는 초강세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조치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을 단시일 내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금융사들의 모기지 관련 손실이 증가하고,신용경색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시장은 양대 모기지회사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책 효과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강세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달러화 가치는 유로당 1.4135달러로 지난 주말 1.4237달러보다 0.0102달러 뛰었다. 달러화 가치는 장중 한때 1.4053달러까지 치솟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금융계 큰손들은 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투자의 달인인 워런 버핏은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유화 조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한몫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도 8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주최로 전화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미 정부의 구제금융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채권왕' 짐 로저스 회장은 "무능하고 부도덕한 자들을 위해 국가의 부채를 두 배로 늘리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조치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미 의회는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