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최근 일본 기업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한국기업 경계론을 제시하며,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특허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과거엔 특허공세가 반도체 휴대폰 등 일부 전자산업에만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조선 등 전 산업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또 공세의 수위를 봐선 당분간 특허분쟁의 위협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특허 로열티가 적게는 판매액의 1~3%에서 많게는 10%를 넘는 분야도 있어 사업 자체를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특허사용료가 점차 늘고 있는 이유는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기술 공급자의 파워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겠지만,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지식재산의 창조를 촉진하고 그것을 철저히 보호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지식재산 전쟁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고,더 나아가 시대를 리드하는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특허를 확보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특히 단순히 많은 특허를 보유하기보다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참신하고 내실 있는 질 중심의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품질 높은 핵심특허를 많이 보유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관심이 지식재산을 중시하는 기술경영으로 옮겨가야 하는 등 위에서부터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허에 강한 엔지니어와 발명의 결과를 핵심특허로 전환하는 특허 전문 인력양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특허청과 일부 대학들이 공학교육인증제도와 연계한 특허 교육을 실시하고,또 대학원 과정에서도 특허강좌를 개설ㆍ운영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 교육인원이 전체 공대생의 1~2%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미진하다. 교육 내용을 가다듬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 실무에 필요한 특허분석 실습,특허출원서 작성 등 기업현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도 특허청과 대학의 이러한 노력과 변화의 움직임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여야 한다.

세계는 바야흐로 울타리 없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업 간 경쟁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환경까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열린 자세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대학과 공공연구소,그리고 외부기업에서 조달하는 개방ㆍ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이렇게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특허에 강한 엔지니어를 양성ㆍ공급하는 데 사명 의식을 가지고 보다 큰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공학한림원과 특허청은 이공계 대학의 특허교육을 촉진하고,기업 등의 수요자가 요구하는 특허 실무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캠퍼스 특허전략 유니버시아드를 기획하고 지난 9월 초 이를 공고했다. 이번 대회는 국내 20여 개의 주요 기업이 참가해 문제를 출제하고 심사와 평가를 담당할 예정이다. 참가학생은 출제된 문제에 대해 지도교수와 함께 국내외 특허를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 학생들은 기업의 관심 기술분야를 알 수 있고,더 나아가 선행특허 분석을 통해 선진 기업이 보유한 특허가 무엇인지를 파악함으로써 글로벌 기술경쟁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대학에 전하고,또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ㆍ배출해 건전하고 바람직한 산학협력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