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견해가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정직하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한국명 심은경) 차기 주한 미국대사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과 미국은 아주 특별한 관계"라면서 이같이 부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날 선서식을 끝으로 취임을 앞둔 모든 절차를 마쳤다. 오는 22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현 대사의 뒤를 이어 첫 여성 주한 미 대사로서 취임한다.

"안녕하십니까"라는 한국말로 말문을 연 그는 쇠고기 파동과 같이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어떤 입장을 취하겠느냐는 질문에 "힘든 일이겠지만 양국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도움도 청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간 소통의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한ㆍ미 동맹과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스티븐스 대사는 특히 "용산기지 이전 등 안보 분야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비자면제 프로그램 추진 등 경제협력 문제,북한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통해 한ㆍ미 관계가 21세기의 새로운 전략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ㆍ미 FTA의 경우 "의회 회기 등 정치적인 일정이 있겠지만 양국 간 경제적인 도움이 되는 협정인 만큼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 대사에 지명된 후로는 '살인의 추억' 등 영화를 보면서 한국말을 집중적으로 다시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은 20대 후반 한국에서 평화봉사단 활동을 하던 시절 은행계좌를 열기 위해 얻었다고 소개했다. 최근 한국에서 외무고시에 여성들이 많이 합격하는 현상은 고무적이라고도 했다. 간담회가 끝날 즈음에는 특파원들에게 한국말로 "추석 잘 보내시라"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앞서 그는 선서식에서도 "33년 전 9월 처음 봤던 한국의 가을 하늘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이제 9월에 다시 주한 미 대사로 가게 된다"고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가면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당시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기차에 내렸을 때 봤던 한국의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논에서 황금 빛으로 익어가던 벼,그리고 감나무,코스모스를 떠올렸다. "9월은 한국인들이 '하늘은 높고 말이 살 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부르는 가을이 시작되는 특별한 때"라면서 "이번에도 9월에 다시 한국에 대사로 부임하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영어교사 생활을 그만둔 후 1977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실시한 시험에 합격,1978년 외교관으로 첫발을 내디딘 뒤 주한 미국대사관과 부산 영사관 등에서 근무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