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홍보기획관 주도 `2주일 프로젝트'
靑-KBS 패널.질문 선정 `기싸움'

이명박 대통령은 9일 TV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되는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를 앞두고 준비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후 6개월의 소회는 물론 국정운영 미래구상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통해 집권초 난맥상을 털어내고 정국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아울러 시청률이 높은 밤 시간대에 청와대가 아닌 외부장소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게 취임 후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도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는 요인이 됐다.

약 100분간 진행되는 이날 방송 일정이 확정된 것은 지난달 하순께. 이후 약 2주일에 걸쳐 청와대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치밀한 준비작업에 나섰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미리 예상질문을 만들어 놓긴 했으나 패널 질문이 지난 주말에서야 전달됐고 최종적으로는 방송 당일인 이날 오전에 질문지가 완성되는 바람에 끝까지 준비팀의 애를 태웠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들어 수차례 마라톤 회의를 열어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꼼꼼히 챙겼으며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집무실에 남아 직접 펜을 들고 세세한 표현까지 고치고 다듬기를 반복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하루 전날인 지난 8일에는 오후 2시 30분부터 약 4시간동안 청와대에서 `실전 리허설'을 갖기도 했으며, 이날도 오전 국무회의가 끝난 뒤 점심시간까지 줄여가며 집무실에서 자료를 챙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리허설에서는 수석실별로 비서관들이 패널의 대역을 맡아 질문을 하면서 답변을 최종 정리했으며 주로 답변시간 배정과 메시지 전달 방식, 돌발질문에 대한 대응법 등에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작업은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총감독' 역할을, 한국경제신문 출신의 이동우 홍보비서관과 KBS 출신의 박선규 언론2비서관이 `공동 조감독' 역할을 각각 맡았다.

역시 언론인 출신의 이동관 대변인과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 등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가 준비과정에서 가장 곤혹스러워 했던 것은 패널과 질문 선정을 둘러싼 방송 주관사 KBS와의 `기싸움'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처음에 KBS에서 통보해온 패널 명단을 보고 내부에서는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좌파와의 대화'라는 과장 섞인 탄식까지 나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KBS 사장 선임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다 지나치게 이의를 제기할 경우 개입 의혹에 휘말릴 수 없어 조율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에서는 당초 베이징(北京) 올림픽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 선수를 패널로 참석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내놨으나 KBS측이 `작위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면서 제외되기도 했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TV토론을 많이 한 경험이 있고 워낙 각종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방송의 기술적인 부분과 의상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세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