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수립 60주년을 맞아 9일 북한 평양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축행사가 열렸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열병식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동원해 무력을 과시했지만 중국 측 고위 인사는 참석하지 않아 관심을 모았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참석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어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이날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행사장에 사거리 60㎞인 240㎜ 방사포와 사거리 7㎞인 105㎜ 고사포 등을 비롯해 각종 미사일을 도열한 열병식을 개최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2만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최대 규모였던 1998년 정권 50주년 기념식(2만명)의 열병식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최대 행사였지만 중국 측 고위 인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이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현재까지 중국 정부의 고위급 경축 사절이 평양에 도착했는지 여부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쪽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는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축 사절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김일성대 유학파 출신의 북한통 장더장 부총리는 현재 유럽을 순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고위 인사의 불참 이유에 대해선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이 고착 상태를 보이면서 중국이 축하 사절을 보내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북한이 2000년대 이후 중국 측 고위 인사를 따로 초청하지 않고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중국에서는 일관되게 북한 정권 기념 행사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는 60주년이어서 다를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결국 예년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대신 서열 1위인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해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지도부들이 60주년 기념일 하루 전인 지난 8일 김 위원장 앞으로 축전을 보냈다. 또 권력서열 4위인 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8일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개최한 경축행사에 참석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60주년 경축행사 참석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그의 건강이상설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로동신문을 비롯해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에 관련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중순 이후 3주 동안 공식석상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심장병과 당뇨병이 악화됐다는 건강이상설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