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데인저러스' 출연.충무로영화제 객원 프로그래머로 방한

"니컬러스 케이지와 처음 시나리오를 읽는 연습을 할 때부터 눈빛이 통했어요."

최근 영화 '방콕 데인저러스'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홍콩 배우 양차이니(34ㆍ楊采니<女+尼>)는 할리우드 스타 니컬러스 케이지와 호흡을 맞춘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990년대 중반 '양축', '동사서독', '타락천사'에서 청순한 외모와 애절한 연기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그가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CHIFFS)에 객원 프로그래머로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그동안 장궈룽(張國榮), 청룽(成龍), 진청우(金城武), 리밍(黎明) 등 쟁쟁한 홍콩 스타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할리우드 남자 스타와 함께한 것은 니컬러스 케이지가 처음이다.

"홍콩 남자배우와 할리우드 남자배우의 다른 점이라면 사실 얼굴뿐이겠죠. 케이지는 처음 대본 리딩 때부터 잘 통했습니다.

연습인데도 둘 다 대본을 보지 않고 서로 눈을 쳐다보며 연기를 했어요.

덕분에 현장에서도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죠. 케이지는 한국계 아내 앨리스를 비롯해 가족들과 함께 태국에 왔는데 파티에서 앨리스를 몇 번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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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데인저러스'에서 그가 맡은 역은 케이지와 사랑에 빠지는 말을 하지 못하는 아름답고 청순한 약사 폰이다.

"말을 못하는 역할은 처음이에요.

연기라면 눈빛과 몸짓, 말소리로 하는 것인데 소리를 완전히 빼버리고 나머지에만 기대는 연기는 배우로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기회죠. 수화도 배우고 직접 농아들을 만나 공부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느낌을 갖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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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번 방한은 영화제 참석과 11일 국내 개봉하는 '방콕 데인저러스' 홍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게 됐다.

예전에도 광고 촬영이나 영화 홍보를 위해 네댓 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이제는 서울이 너무나 친근하다"고 말했다.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을 때를 빼면 계속 서울에 왔으니까요.

처음 '양축' 때 한국에 있는 저의 팬들을 처음 만났고 그때부터 한국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에 바로 그 '양축'과 가장 최근에 찍은 '방콕 데인저러스'를 충무로 영화제에 추천해 상영하게 돼 의미가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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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5년을 지난 소감을 묻자 그는 오히려 더 깜짝 놀란다.

"제가 데뷔한 지 벌써 15년이나 됐나요?(웃음). 아주 어릴 때 데뷔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영화를 받아서 그냥 찍는다는 느낌이었죠. 이후에 쉬커(徐克)ㆍ왕자웨이(王家衛) 같은 훌륭한 감독님들과 함께하면서 성장하게 된 거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변함없는 모습으로 영화 현장을 지켜온 그에게 20대 초반의 젊은 스타였을 때와 현재, 연기를 하는 마음가짐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제게는 영화를 찍어온 시간이 바로 성장하는 과정이었어요.

어렸을 때는 이런 저런 연기를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이제는 영화에서 보이는 것을 직감으로 깨닫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게 됐어요.

영화 내적으로는 한 캐릭터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외적으로는 촬영 과정의 재미와 긴장감까지 즐기게 됐죠. 이 모든 과정을 올곧이 체험할 수 있게 돼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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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