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현대차 노사협상 '이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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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노사 합의는 고용 불안을 야기할 뿐 아니라 판매직 직원의 생산라인 전환배치를 가능하게 하며 유급휴일도 축소시킬 수 있다.'
9일 만난 현대자동차 임원 A씨는 "최근 공장 생산라인은 물론 전국 판매망과 정비사업소 등에 이런 루머들이 퍼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출처도 불분명한 유언비어들이 조합원들의 불안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며 노사를 끝없이 이간질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현대차 노사가 3개월여의 줄다리기 끝에 지난 2일 마련한 합의안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을 정도로 회사 측이 크게 양보한 것임에도 이틀 뒤 찬반 투표에서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현대중공업은 물론 협력업체인 한일이화보다 임금 인상폭이 작다'는 노조 내 강경파의 억지 주장에 루머까지 가세해 판매ㆍ정비 부문 현장 조합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탓이다.
재개된 협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서둘러 점심을 끝낸 A씨는 "루머를 퍼뜨린 쪽은 인력 재배치나 유급 휴일 축소 등이 단체협약 변경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텐데도 일반 조합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지난해 체결된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본인 동의 없는 전환 배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생산라인 내 인력 교류조차 힘든데 판매나 정비 직원을 공장으로 배치하는 일은 꿈도 꾸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A씨와 헤어진 뒤 재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울산공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 직원은 "아침부터 타협안 도출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합의가 나와야 '빈손 귀향'이 없을 텐데…"라고 걱정스러워했다. 이날 밤 그의 바람과 달리 협상은 결렬됐고 노조는 또다시 부분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 측은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 때 근무시간 축소로 생산 물량이 줄더라도 무조건 현재의 임금 수준을 보장하라고 억지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루머들이 확대 재생산되고,여기에 무작정 휩쓸려가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은 지금 분위기로는 재합의가 이뤄졌더라도 찬반 투표 가결을 장담키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생떼와 정체 불명의 유언비어들이 지금 현대차 노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김수언 산업부 기자 sookim@hankyung.com
9일 만난 현대자동차 임원 A씨는 "최근 공장 생산라인은 물론 전국 판매망과 정비사업소 등에 이런 루머들이 퍼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출처도 불분명한 유언비어들이 조합원들의 불안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며 노사를 끝없이 이간질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현대차 노사가 3개월여의 줄다리기 끝에 지난 2일 마련한 합의안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을 정도로 회사 측이 크게 양보한 것임에도 이틀 뒤 찬반 투표에서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현대중공업은 물론 협력업체인 한일이화보다 임금 인상폭이 작다'는 노조 내 강경파의 억지 주장에 루머까지 가세해 판매ㆍ정비 부문 현장 조합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탓이다.
재개된 협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서둘러 점심을 끝낸 A씨는 "루머를 퍼뜨린 쪽은 인력 재배치나 유급 휴일 축소 등이 단체협약 변경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텐데도 일반 조합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지난해 체결된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본인 동의 없는 전환 배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생산라인 내 인력 교류조차 힘든데 판매나 정비 직원을 공장으로 배치하는 일은 꿈도 꾸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A씨와 헤어진 뒤 재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울산공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 직원은 "아침부터 타협안 도출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합의가 나와야 '빈손 귀향'이 없을 텐데…"라고 걱정스러워했다. 이날 밤 그의 바람과 달리 협상은 결렬됐고 노조는 또다시 부분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 측은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 때 근무시간 축소로 생산 물량이 줄더라도 무조건 현재의 임금 수준을 보장하라고 억지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루머들이 확대 재생산되고,여기에 무작정 휩쓸려가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은 지금 분위기로는 재합의가 이뤄졌더라도 찬반 투표 가결을 장담키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생떼와 정체 불명의 유언비어들이 지금 현대차 노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김수언 산업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