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미분양 문제에서 가장 자유로운 회사다. 2000년 이후 이어진 주택시장 호황기 속에서도 수도권 지역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별화된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난달 말까지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4월 중순 연중 최고점(7만7000원대) 대비 44%나 급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그나마 이달 들어 기관의 매수세가 커지면서 33%가량 회복해 5만원대로 올라선 상태다.

삼성물산은 현재 대구 성당동 재건축 미분양을 제외하면 미분양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건설사가 부동산 상승기에 매출 확대가 쉬운 지방 주택 도급사업을 집중적으로 수주해 매출과 이익을 크게 성장시킨 반면 삼성물산은 주택브랜드를 높이며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았다"며 "그러나 이런 영향으로 최근 주택시장 악화에도 꿋꿋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나 인천 송도 복합개발 사업 등 국내 초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도 삼성물산의 임차인 유치능력을 기반으로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 수주도 플랜트 중심이 아니라 토목·건축 사업 위주여서 유가 하락 시 매출 감소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이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아부다비 살람 스트리트 지하차도 공사(4억6000만달러), 두바이 팜 제벨알리 교량 공사(3억5000만달러), 두바이 국제 무역센터 전시장(2억1000만달러) 등을 수주했으며 앞으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지역에서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상사부문의 최근 투자확대도 주목하라는 의견이다. 강승민 연구원은 "기존 상품 거래에서 벗어나 LNG터미널,인도네시아 팜농장, 브라질 에탄올 사업, 멕시코 유전 개발 등으로 사업이 전환되고 있다"며 "2008년 증가한 차입금 대부분은 상사부문의 투자자금인데 향후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우증권은 삼성물산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2%와 29.1% 증가한 2조6880억원과 740억원으로 전망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