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cm의 키에 쭉쭉 뻗은 팔과 다리, 작은 얼굴과 우아한 몸짓. 세계를 사로잡을 슈퍼 발레 루키가 탄생했다. 숨 쉬듯 발레하는 남자, ‘발레 아이돌’로 불리며 대한민국 발레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전민철(21)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임윤찬, 조성진에 이어 전민철 보유국으로 불릴 날도 머지 않았다.전민철은 세계적 명성의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6월 입단한다. 한국인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입단한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순혈주의가 강한 러시아 발레단에서 한국인을 비롯해 동양인 남자 무용수가 선발된 이력은 없었다. 그런데 전민철은 군무 단계도 아닌, 주역을 안정적으로 맡을 수 있는 ‘솔리스트’ 등급으로 입단이 결정됐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부터 완벽한 신체 조건과 기량으로 교내 유명 인사였다. 재학 중 마린스키 발레단으로 춤 영상을 보냈더니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했다. 결과는 합격. 만 스무 살이 되던 해 눈부신 글로벌 커리어가 시작된 것이다. 전민철은 열세 살 때 아버지가 “남자가 발레를 해서 잘되는 경우가 없지 않냐”고 하자 “그건 다른&nbs
지난해 서점가를 강타한 ‘클레어 키건 열풍’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시발점이 됐다. ‘2023 올해의 책’ 중 하나로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를 꼽으면서다. 그런데 이동진이 정말 좋아하는 작가는 따로 있다. 오래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의 책들을 추천해 왔다. 바로 소설가 이승우다. 이동진은 2011년 출간한 <밤은 책이다>에 이렇게 썼다. “저는 세월이 좀 더 흐른 후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한국 소설가로 이승우 씨를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요,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장편소설 <생의 이면>을 첫손가락에 꼽습니다. 제가 이승우 씨의 소설들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던지는 질문의 치열함 때문입니다.” 2020년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에선 “이승우 작가에 대한 팬심은 벌써 30년을 한참 넘었다”며 “그사이에 세월을 따라 그의 책이 나올 때마다 거의 대부분 따라 읽었지만 팬심이 식은 적은 없었다”고 했다. 작년 9월엔 이승우 작가의 신작 산문집 <고요한 읽기>와 <생의 이면> 개정판 출간 기념 북토크를 진행하며 “앞으로 내가 <생의 이면>만큼 사랑하는 이승우 작가님 소설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이승우 팬’이 적지 않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애정 공세에도 ‘이승우 열풍’은 좀처럼 불지 않는다. 이승우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물의 내면에 대한 정밀한 묘사와 유려한 문체, 풍성한 서사로 그 관념성조차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작가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너무 진지하고 무겁다. 그의 작품 속에서 죄의
임윤찬 이전에, 조성진 이전에, 정명훈 이전에, 백건우 이전에 그가 있었다. 피아니스트 한동일(1941~2024). 그가 새해를 맞이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29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한동일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달하던 1941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3만 평 넘는 과수원을 하던 지주였다. 아버지는 연희전문, 어머니는 이화여전을 나온 엘리트였다. 음악에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그는 13개월부터 동요 ‘나비야’를 불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던 아버지 한인환은 함흥 중앙교회 찬양대의 지휘자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훗날 서울시향의 초대 팀파니스트로 활약했다. 아버지의 합창단원들은 늘 집에 들러 이야기꽃을 피우고 노래도 불렀다. 어린 동일은 찬양대 앞에서 피아노 치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곤 했다. 한동일은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어린 시절도 잠시였다. 해방 후 38선 이북에 진주하던 소련군이 대지주였던 동일의 집에 들이닥쳤다. 재산을 다 털어 가고 가재도구를 싹쓸이해 가는 소련군에게 제발 피아노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만 허사였다. 빈털터리가 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