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를 이용한 필터사업은 환경과 건강 측면에서 볼 때 갈수록 시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산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지코아이엔씨의 원영득 회장(43)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명공학을 이용한 친환경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의 성장동력인 DNA 필터는 연어의 이리(정소)에서 추출한 DNA를 액체나 고체상태로 가공해 필터에 부착시켜 만든 것이다. 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 및 담배용 필터로 쓰이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하우젠에어컨과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진공청소기에 공급되고 있다.

우리 담배의 스윙담배에도 납품 중이다. 지난달에는 전 세계 담배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최대 담배회사인 훙타에 DNA 필터를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적 필터회사인 영국의 필트로나와 독일의 프로이덴베르크를 비롯한 세계 40여개 자동차,전자제품,담배회사 등과 기술제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코아이엔씨의 전신은 케이와이지.이 회사는 2006년 말 자본금 35억원으로 설립된 뒤 지난 8월 자본금 230억원의 에이에스이를 인수하면서 회사명을 지코아이엔씨로 바꿨다. 12일 코스닥에 상장시킬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위의 부러움과 시샘을 함께 받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 내에 사세가 뻗어나가는 이유에 대해 원 회장은 "실패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또 실패하지 않을 방법을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89년 일본 아오야마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가 1990년대 초 '건설버블'이 꺼지면서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그는 "이후 5년간 빚을 갚으려고 안 해본 일이 없다"며 "막노동도 하고 애니메이션 딜러까지 해봤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정보기술(IT) 관련 회사도 차려봤지만 또 실패했다. 그는 "한국에서 취직을 해보려다가 할 줄 아는 것이 사업밖에 없어 다시 덤벼들었다"고 말했다. 2002년 조이피아라는 회사를 세워 핵산을 사용한 화장품이나 식료품을 개발하면서 DNA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3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DNA를 사용한 필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원 회장은 "환경기술이 각광받는 분위기에 대기업은 개발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꼭 필요한 기술을 적시에 개발한 틈새전략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웰빙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초 쓰리지케어의 금연초 사업 부문을 인수해 충북 음성에 9900㎡의 생산공장을 세웠다. 기존 금연초의 약점이었던 일산화탄소나 타르 등의 유해물질 발생량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전국 2만5000개의 약국과 편의점에 납품 중이다.

원 회장은 "DNA를 이용한 건강식품과 화장품 개발에도 주력하면서 새로운 친환경 소재를 끊임없이 개발해 생명공학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회사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