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유가를 저지하기 위해 사실상 하루 52만배럴의 감산을 결정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차킵 켈릴 OPEC 의장은 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EPC 장관회의가 끝난 후 "13개 회원국 중 이라크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11개국의 공식 생산쿼터를 하루 2880만배럴로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루 2880만배럴은 작년 11월 합의한 하루 2730만배럴의 쿼터보다는 많지만,이는 새 회원국인 앙골라와 에콰도르를 포함시키고 이라크와 회원국 자격을 잃은 인도네시아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켈릴 의장은 회원국들의 생산쿼터를 넘긴 초과 생산으로 인해 '공급 과잉' 상태가 빚어지고 있다며 생산쿼터 준수를 강조했다. 켈릴 의장은 생산쿼터가 지켜진다는 것은 산유량이 하루 52만배럴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OPEC의 공식 발표에 앞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0월물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3.08달러(2.9%) 떨어진 배럴당 103.26달러로 마감하며 100달러선 붕괴에 바짝 다가섰다. 5개월 만의 최저치로 지난 7월11일 기록했던 최고치인 배럴당 147.27달러와 비교하면 약 30% 떨어진 것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미 100달러선이 무너졌다. 이날 영국 런던국제석유시장(ICE)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10월물은 배럴당 3.88달러(3.7%) 하락한 99.61달러로 마감해 지난 4월2일 이후 5개월여 만에 100달러를 밑돌았다. 하지만 OPEC의 하루 52만배럴 감산 발표 후 WTI 선물은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104.26달러로 반등했다. 허드슨 캐피털 에너지의 조나단 코르나펠 이사는 "OPEC의 결정은 유가 100달러선을 지켜내기 위한 명백한 방어적 조치"라고 분석했다.

향후 유가 전망은 엇갈린다. 한편에선 OPEC의 실질적 감산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이란 추세는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근거에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석유 소비량은 하루 61만배럴로 작년보다 3%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넬리아 메이어 원유시장 애널리스트는 "OPEC은 글로벌 경제,특히 중국과 인도의 원유 수요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유가 추가 하락으로) 다음 번 12월 회의 때 OPEC이 쿼터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JCB에너지의 요하네스 베닝니 이사는 "비OPEC 국가들이 다가오는 겨울시즌의 수요를 충족해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며 "유가의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 반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