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미국발 '리먼브러더스 쇼크'와 북한 '김정일 중병설'이란 돌발 변수를 뛰어넘어 하루 만에 반등했다. 특히 북한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11일 '네 마녀의 날'(지수ㆍ개별주식 선물ㆍ옵션 만기일)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0일 10.48포인트(0.72%) 오른 1464.98에 장을 마쳤다. 전날 뉴욕 증시가 리먼브러더스와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협상 결렬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크게 빠지자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24포인트 넘게 밀렸다. 하지만 사흘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선 투신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강력한 순매수(4016억원)에 힘입어 상승 반전했다.

특히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도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외국인은 5507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압박했다. 지난달 5일(5726억원) 이후 최대 규모의 매물 공세였다. 그러나 증시를 옥죄어 온 '9월 위기설'이 진정됨에 따라 기관의 매수세가 살아나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도 142억원을 순매수해 투자심리가 안정되는 모습이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병설도 증시 상승을 막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미ㆍ북 돌발 변수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이달 초 급락을 대부분 만회하며 코스피지수 1400선 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네 마녀의 날'의 프로그램 매물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연기금과 이날 매수세를 회복한 투신 등 기관이 프로그램 매물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 충분히 소화해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닷새 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1817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글로벌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일단락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임태근 대우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지수 편입 종목들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의 단기 상승세)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3월 중순 베어스턴스 사태가 해결되면서 2개월 동안 베어마켓 랠리가 나타났던 것처럼 '9월 위기설'과 돌발 변수를 이겨낸 증시가 다시 한번 랠리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시 반등을 위해선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시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을 얕봐선 안 된다"며 "외국인 매도공세와 함께 대차거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점,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입 둔화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은행들이 순이자마진 하락에 따른 수익성 부진과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대출조건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당분간 물가가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추세적인 반등은 경기 저점에 대한 탐색이 좀 더 이뤄진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