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 사실상 종지부…주가·채권·원화 '트리플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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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나돈 10일 금융시장은 주가와 채권값이 오르고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를 보였다. 5조원가량의 외국인 보유 채권 만기가 이날 한꺼번에 집중됐지만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전날 뉴욕 증시의 급락 등이 겹치며 약세로 출발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매수세에 자신감이 붙으며 전날보다 10포인트가량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5원80전 하락(원화 강세)한 1095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 금리도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나란히 0.03%포인트 하락(채권값 강세)했다. 채권 매도보다는 매수세가 더 강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9월 위기설'은 사실상 종료됐다. 외국인이 9월 들어서도 국내 채권을 꾸준히 사들이는 등 '셀 코리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들도 최근 들어 채권 매수에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외은 지점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18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외국인 채권 순매수(9억달러)보다 2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또 이 기간 외국인과 외은 지점의 채권 매수 규모는 27억1000만달러로 지난 8월 순매수 규모(25억7000만달러)보다 많았다. '9월 위기설'이 불거진 와중에 외국계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채권을 사들인 셈이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외은 지점은 대부분 본점에서 달러를 차입한 뒤 이를 원화로 바꿔 국내 채권을 산다"며 "외은 지점의 채권 매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국내에 달러 자금 유입이 늘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외국인 채권 매수자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타격을 받은 글로벌 투자은행(IB)보다는 아시아지역이나 조세회피지역에서 많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14조원가량의 채권을 사들이며 '큰손'으로 군림했던 프랑스계 자금은 6~7월에 2조원 이상 보유 채권을 처분한 반면 태국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스위스 케이맨군도 등 아시아지역이나 조세회피지역에 근거지를 둔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1~7월 중 국내 채권을 사들인 태국 국적의 자금만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자금은 유럽계 자금에 비해 안정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투자수익을 기대해 외국의 단기 자금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언제든지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