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반 출근,밤 11시 퇴근을 쳇바퀴 돌듯 반복해도 급여나 복지 수준은 기대 이하인 국내 대기업 근무에 회의를 느껴 외국계 기업행을 결심했죠."

한국HP 대전지사 TSG(Technology Solution Group)에서 근무하는 박정덕씨(34.차장)는 외국계 기업에 취업한 가장 결정적인 동기는 '기업 문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충남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일하다 2000년 이 회사로 옮겼다.

"외국계 기업에선 자기 업무 이외에 술자리,행사 등 기타업무에 시간을 뺏길 필요가 없고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워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에 적합하다"며 "아직까지도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를 내걸 정도로 전근대적인 국내 기업의 군대식 기업문화에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주변에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업무 범위가 상당히 넓고 야근도 잦지만 밤 12시가 넘어야 수당을 줄 정도로 처우가 박하다"며 "외국계 기업은 급여와 복지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학원비,문화생활비,의료비 등 삶의 질을 높여주는 각종 복리후생이 잘 갖춰진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서은진씨(25.과장)는 3년 전 10명에 달하는 팀원 전체와 두 달에 걸쳐 일대일 면접을 본 끝에 미국계 투자은행(IB)인 A사 서울지점 '입성'에 성공했다. 서씨는 "외국계 기업 대부분이 영어면접을 실시하지만 특히 영어면접이 까다롭기로 유명해 임원면접을 해외 본사에서 보거나 팀워크를 위해 부서원 전체와 밀착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교내 영자신문사인 'The Argus'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며 풍부한 영어 실력을 닦았다. 대학 4학년 때는 취업동아리에 들어가 경제신문을 꼼꼼히 읽고 영어로 된 시사잡지를 챙겨보는 등 영어면접에 초점을 맞춘 취업 준비에 몰입했다. 그는 "다방면의 지식과 논리력을 측정하는 외국계 기업의 영어면접에 통과하려면 경제와 시사 전반의 지식을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하경환 인턴(한국외대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