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들이 한통의 전화를 기다리며 가슴을 졸이는 '취업대전'의 막이 올랐다. 많은 대기업들이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해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채용 인원을 늘리고 있지만 취업 길은 여전히 '낙타와 바늘구멍'이라는 비유처럼 멀기만 하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험난한 취업 전선에서 실전 경험을 무기로 단번에 합격한 '원샷 원킬형',수십군데 낙방을 거듭하다 성공한 '7전8기형' 등 '청년실업 300만명 시대'에 좁은 문을 통과한 취업 선배들의 경험담은 그래도 길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실전경험이 가장 큰 무기

최혜진씨(24)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주저없이 광고회사를 미래 직장으로 선택했다. 목표를 정한 뒤 4년 동안 수업 외에는 광고와 관련한 경력을 쌓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러다 보니 졸업을 앞둔 최씨의 학점은 3.8(4.5만점),토익은 900점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학점 4.0 이상,토익점수 900점 이상'의 이력서도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취업 전선에서 최씨의 점수로는 서류 전형 통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졸업을 앞두고 한화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한컴에 지원,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가 합격한 비결은 뭘까. 그는 "오로지 광고회사 취업이 목표였고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광고 관련 기관이나 공모전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한 학기를 휴학하고 한국광고단체연합회에서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했다. 웹에이전시에서도 3개월간 인턴을 경험했다. 실전도 더해졌다. 더바디샵,농심,SK커뮤니케이션즈의 객원 마케터 활동을 했고 KPR 대학생 PR공모전,제1회 대학생 에이즈 예방 광고 공모전 입선 등 다수의 수상 경력도 보태졌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그는 한컴 입사를 앞두고 자기소개서 작성 등 사소한 부분에도 최선을 다했다. 한컴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춰 경력을 쌓아왔고 그래서 한컴에 적합한 인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지원분야 좁혀 '올인'

지난 1월 삼성화재에 입사한 서혜미씨(24). 작년 가을만 해도 취업의 높은 문턱을 실감하고 불안한 하루 하루를 보냈다. 인턴십과 봉사활동을 핑계로 2년을 휴학했기에 '졸업 전 취업'을 목표로 쫓기듯 입사지원서를 써댔다. 그럴 듯한 토익 성적과 무난한 학점,인턴십과 봉사활동으로 빼곡히 메운 자기소개서를 20군데 넘게 돌렸지만 어느 곳에서도 소식이 없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정말로 일하고 싶은 업종과 업무는 무엇인지 며칠을 고민했다. 금융권 취업으로 목표를 좁히자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자기소개서부터 지원하는 회사에 맞춰 뜯어고쳤다. 이어 삼성화재 서류 전형을 통과,좀체 열리지 않을 듯하던 취업문에 발을 들여놓았다.

서씨는 곧바로 '취뽀(다음까페 취업뽀개기)'에 해당 회사의 면접 통과자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면접일까지 매일 회사와 담당 업무,자기소개서 항목에 대한 모의면접을 반복했다. 그는 "이 모든 준비 과정이 면접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면접일 하루 전날 스터디원들 앞에서 발표했던 보험료에 관한 주제가 실제 면접에서 선택 주제 중 하나로 나온 것이다.

언어 외에 문화를 배워라

올 1월 LG전자에 입사해 해외 마케팅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종길씨(27)는 인턴 근무를 거쳐 곧바로 정규직으로 입사,부러움을 산 케이스다. 인터넷에 뜬 LG전자 인턴모집에 지원,6주 동안의 인턴 과정을 거쳐 정사원으로 선발된 것.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토익점수 980의 토익 고수인 이씨는 취업 성공 비결에 대해 "미국 교환학생 시절 교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각국 학생들의 상담역을 맡았던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을 지냈다. 이곳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사무실에서 아시아권 학생 상담직으로 일하며 중국 태국 일본 등 각국의 문화를 접했고 영어실력도 키워 해외 마케팅의 적임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는 "제2외국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영어는 기본이며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중동 등 제3국의 언어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 그만큼 문이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