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마인드로 일하라'는 얘길 많이 듣는다. 최고경영자 입장에서 사안을 보고 처신하면 좋은 평가를 받고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원이 CEO(최고경영자)처럼 처신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 마인드로 일하고 사장처럼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사장 마인드로 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 두해 전 이직을 원하는 어떤 대기업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가 헤드헌팅회사에 보내 온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는 화려했다. 그는 유명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의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MBA(경영학석사)과정을 마쳤다. 그가 몸담았던 직장 역시 글로벌 기업부터 한국의 대기업까지 다들 가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특이한 것은 재직기간이 대개 1∼2년이었고 길어도 3년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현재 다니고 있던 직장도 2년이 채 안됐다.

그가 직장에 오래 머물지 못한 핵심이유는 비용의 과다지출이었다. 그는 입사하는 곳마다 많은 비용을 들여 대거 인력을 충원했다. '사람이 전부'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그는 기존 임직원에게 몇 번 업무지시를 하다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곧바로 새 사람을 찾았다. 인재를 영입할 때 적임자라고 생각하면 파격적 연봉 제시를 불사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직원들이 흥이 나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회식비 출장비 등 각종 비용을 과감하게 늘렸다. 물론 자신의 활동비도 많이 썼다. 그의 이런 비용 지출은 금방 인구에 회자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도 알게 됐다. '처음이니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장은 시간이 흐르자 결국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장들이 회사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긴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재벌이든 중소기업이든 오너들은 회사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돈을 해프게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무리 신뢰하는 직원이더라도 계속해서 비용을 많이 쓰면 금방 "당신 돈이라도 그렇게 쓰겠느냐"고 묻는다.

허구한 날 지각하는 사람도 자기사업을 시작하면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한다. 회의실에 켜져 있는 불을 지나치지 않고 바닥에 뒹구는 휴지도 그냥 놔두지 않는다.

만약 직원이 이런 마인드로 일한다면 그는 금방 사내에서 인정받고 빠르게 승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사장 마인드로 일하라"는 말을 흘려듣는다. 그래서 CEO 자리 제안은 작은 회사의 CEO라도 경험해 본 사람만이 받게 되는가 보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