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식으로 한 기업에 한우물을 파듯 계속 도전하는 구직자에 대해 기업은 어떻게 생각할까.

"문어발식 지원은 피하라"라는 게 취업 전문가들이 구직자들에게 전하는 일반적 조언.하지만 "여기 아니면 안된다"는 고집을 버리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라는 주문도 동시에 나오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이 기업들의 채용패턴을 조사한 뒤 내린 결론은 진실로 원하고,적성도 맞는 업종의 경우 2∼3번 정도의 재도전은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은 입사지원에 탈락했던 지원자가 재 입사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리어가 최근 주요기업 인사담당자 2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예전 입사지원 탈락자가 다시 재 입사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는 의견에 68.7%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과거 '이미 탈락한 경험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거나 '1년 동안 다른 기업에 취직 못한 것은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재도전 지원자를 바라봤던 것과는 180도 시선이 달라진 것.

인사담당자들이 재도전자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50.3%가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정신을 높이 사서'를 꼽았다. 이어 '그 사이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어서'(16.9%),'능력을 제대로 다시 평가하고 싶어서'(16.4%),'애사심이 남다를 것 같아서'(13.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탈락시킨 이유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서'가 50.0%로 가장 많았다. 거꾸로 해석하면 한번의 실패를 거울 삼아 단점을 보완해 재도전할 경우,구직으로 이어질 확률이 적지 않다는 뜻.

실제 인사담당자의 71.5%는 "실제로 전에 탈락했던 지원자가 다시 입사 지원을 한 경우가 있다"고 답해 7전8기의 지원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고,'최종 합격했다'는 응답도 33.8%를 차지했다.

반면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는 응답도 34.3%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취업에 실패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단기간에 고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서류전형에서 낙방을 거듭한다면 근본적인 '스펙'이나 입사지원서 작성 방법 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김기태 커리어 대표는 "상당수 인사담당자들이 재 입사지원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번 떨어졌다고 낙심하지 말고 정말 입사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다시금 도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재도전 지원자들에 대한 기업의 시각 변화는 재도전자들이 기업에 충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직장에 대한 충성도와 근속 기간이 길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는 주요 기업마다 신입으로 뽑은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배우기도 전에 빨리 퇴사하는 경우가 늘어 큰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구직자 100명 중 실제 입사자는 2.9명에 불과했고 1년 후 회사에 남아 있는 구직자는 2.1명으로 크게 줄었다. 최종 합격자의 입사 포기율은 23.7%에 달해 합격자 4명 중 1명은 취업하지 않았다. 기업 규모별로는 입사포기율이 중소기업 31.9%,대기업 19.1%에 달했다.

한 취업포털 관계자는 "국내 100대 대기업들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0.9년 정도로 남성 11.7년,여성 6.8년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최근들어 조기 퇴직자들이 많아지는 추세여서 재입사 도전자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