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추석 연휴를 맞아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향길에 올랐다. 최근 1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며 올해 임금 협상을 일찌감치 마무리지은 울산 조선소 직원들은 300~350% 정도의 성과급에다 50만원의 추석 귀향비까지 받았다. 휴가도 13일부터 시작해 공식 연휴 기간보다 하루 더 긴 나흘간 쉬기로 했다.

올해 18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과 순조롭게 협상을 마친 삼성중공업 임직원들의 발걸음도 가볍다. 각각 12년과 8년 연속 무쟁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미포조선과 STX조선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임.단협을 끝낸 LG전자와 항구적 노사 평화 선언식을 가진 금호석유화학 등도 즐거운 마음으로 연휴에 들어갔다.

추석 연휴를 맞는 기업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노사가 마음을 합쳐 협상을 일찍 마무리지은 기업들과 달리 현대자동차 등은 협상 결렬과 부분 파업이 몇 달째 계속되면서 발길 무거운 '빈 손 귀향'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12일 점심 무렵부터 일제히 가동을 멈췄다. 추석 전 임금협상 타결에 실패한 노조가 이날도 6시간(잔업 포함) 부분파업에 나서면서 조합원들은 오후 들어 이른 귀성을 위해 하나둘씩 공장 문을 나섰다.

한 직원은 "지난 7월과 8월 계속된 부분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이 200만원 가까이 되는 데다 매년 협상 타결 때 받던 600만원 안팎의 성과금과 격려금도 받지 못했다"며 "고향에 가면 친구와 친지들이 배부른 짓 한다고 뭐라 할 텐데…"라며 답답해했다. 그는 "17일까지 이틀을 더 쉬지만 이후에도 공장 가동이 제대로 될지 알 수 없어 편히 쉬기는 글렀다"고 푸념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쏟아지는 일감으로 인해 기꺼이 추석 연휴를 반납한 기업도 적지 않다. 동국제강의 포항 제2후판(厚板)공장 근로자들은 추석 연휴 기간 고향 대신 공장으로 출근한다. 수요가 몰리고 있는 후판을 조금이라도 더 생산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조선회사 등이 1 t 의 후판이라도 더 받기 위해 거의 매일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는데 우리만 쉴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잠시도 용광로를 세울 수 없는 포스코와 설비를 멈추면 바로 원재료를 버려야 하는 SK에너지,S칼텍스 등 정유업계도 평상시처럼 4조 3교대로 공장을 가동한다. 해외 수출 물량이 몰린 LCD 생산라인도 추석 연휴 기간 정상 출근한다.

김수언/안재석/장창민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