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고수요? 들쑥날쑥이 아니라 꾸준하게 중상위권 수익률을 내는 게 진짜 고수 아닐까요. "

제이앤제이투자자문의 이재현 대표(40)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다. 쉬운 듯 어려운 답변이다. 그도그럴 것이 지난해 하반기 KTB자산운용 주식본부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독립한 이 대표에게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회사를 설립한 이 대표는 사실상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펀드 운용에 나섰다. 대한투자신탁 외환코메르쯔투신운용 KTB자산운용 등을 거치며 주식운용만 17년을 했고 노동부 펀드를 7년이나 맡았던 베테랑 매니저인 그였지만 올해 시장은 유난히 힘들었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무려 28%가량 하락한 데다 업종 종목 가리지 않고 동반하락세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하락장에서 그가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현재 J&J 1~7호까지 설정된 성장성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은 지난 5일 기준으로 ―13.07%에서 ―23.07%였다. 각각 해당 기간의 코스피수익률을 5~11%까지 상회하는 수치로 매우 양호한 성적표였다.

한 예로 지난 1월14일 설정된 J&J1호(설정액 300억원)의 수익률은 ―9.78%인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1.20% 빠졌다. 또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들의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이 ―18.46%인데 ―9.78%의 수익률의 펀드는 국내 전체 펀드 중 상위 14%에 들어간다. 대형 생보사 등을 포함한 기관 및 법인자금 1250억원을 굴리고 있는 이 대표는 말 그대로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사실 지난해 창업을 준비하면서부터 조정장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펀드매니저에게는 지수가 1300포인트냐 1800포인트냐 하는 것보다는 어느 시점에서도 최상의 대응능력을 가지고 수익률을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운용 노하우를 물었다. 이 대표는 "오랜 기간 증시 변화를 살펴보면 상승장과 하락장이 반복되는 굴곡이 있다"며 "현금 비중을 어느만큼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하고 섹터별.종목별 분석을 통해 매 시점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짠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비관적 전망을 바탕으로 적절히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성장성이 높은 중소형 우량주 위주로 투자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10월 이후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사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당히 비관적이었는데 현 시점에서는 9~10월이 증시침체의 마지막 국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치솟고 외환위기설과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감이 심화됐던 9월 첫째주 바닥을 친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 국내 주식 가격은 싼 상태로 연말과 내년 초 상승장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경제가 하락 및 침체국면에 빠져 있다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는 것.이 대표는 이르면 앞으로 3~4개월,늦어도 6개월~1년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결국 올해 국내 증시는 중국보다 미국의 영향을 더 받은 셈인데 9~10월이 되면 거의 대세적인 하락장이 1년간 지속된 것"이라며 "국내 증시 하락은 보통 1년을 넘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1400포인트대 지수는 국내에서 주식형 펀드 자금이 본격적으로 주식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한 2006년 말로 회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외국인 수급에 대해선 "올 10월이면 매도세를 어느 정도 마무리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보통 서양인들은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사이에는 상승 기대감이 높은데 국내 연기금 등이 더 매집에 나서며 지수를 떠받치면 바닥을 충분히 다지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이 위험자산이란 개인투자자들의 인식에도 반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은행주들의 주가자산비율(PBR)이 1배,주가수익률(PER)은 5~8배 수준인데 어떻해 지금 주식에 투자하는 게 부동산보다 못할 수 있느냐"며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임대를 했다고 가정해도 1년간 현금 흐름이 주식보다 좋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최근 일부 거대 금융회사들도 주가가 급락하자 '로스 컷(대규모 물량청산)'에 나서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무조건 팔고 보는 것은 '위험관리'가 아니라 '위험회피'"라며 "다소의 리스크를 걸고라도 지금 주식시장에 들어가는 게 투자이고 주식은 고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물론 이 대표도 3~4분기 국내 기업들의 이익성장성을 장밋빛으로만 보진 않았다. 7월 중순까지 지속된 고유가의 여파가 기업들의 생산자물가에는 3분기까지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4분기로 넘어가면 전 분기 대비 이익이 커지는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진정세로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경기회복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며 "펀드에 가입한 경우라면 1~2년을 내다보고 참을성있게 적립해 나가라"고 조언했다. 그는 음식료 통신 등 내수주보다는 IT 건설 증권 등 낙폭과대주가 상대적으로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도 이 대표는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2400선 이하로 떨어진 후 최근 중국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단다. 그는 "아직도 개인투자자 중에는 꼭지(최정점)에서 사고 바닥에서 던지는 경우가 많다"며 "재테크에서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결단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구로 치면 3할대와 2할8푼대 타율은 별 차이 없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3할대를 치는 타자야말로 결국 명선수로 기억되는 법"이라며 "주식시장과의 진짜 승부는 하락장을 마무리하고 반등하는 바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문혜정.강은구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