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도 극심한 식량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로 인한 심리적 동요 속에 추석을 맞는다.

사회주의 북한 당국은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봉건유습 타파와 사회주의 생활 양식을 부르짖으며 조상숭배와 민간풍속을 봉건적 잔재라고 매도했지만 추석만큼은 그대로 뒀다.

북한에선 추석 당일만 `휴식일'이지만 북한 주민들도 송편과 찰떡 등 차례 음식을 정성껏 장만해 추석 아침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하는 경우가 많다.

조선중앙TV는 2005년 추석에 대해 "인민들이 한해 농사를 지어놓고 맞는 민속 명절이기도 하지만 돌아간 조상들에 대한 정성을 표시하기도 하는 날"이라며 추석에는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고 "성묘, 민속놀이, 달맞이" 등을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도 멀리 성묘를 가야 하는 주민들을 위해 연중 유일하게 3일간 통행증없이 다녀오도록 하고, 추석 당일 성묘객의 교통 편의를 위해 특별수송 대책을 세우고 새벽과 심야에 버스와 전차 등을 연장 운행한다.

평양시에서는 추석용으로 약간의 쌀과 술을 가구별로 공급하기도 하는데, 집에서 먼저 차례를 지낸 뒤 성묘를 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차례 없이 곧바로 성묘를 간다.

묘에 도착하면 벌초를 하고 상석 위에 음식을 차린 뒤 술을 붓고 절 대신 묵례를 하며, 끝나면 빈 접시에 술, 밥, 국, 반찬 등을 조금씩 담아 묘 주변 땅속에 묻고 온 가족이 상석 주위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담소한다.

북한에서도 추석이면 천하장사 씨름대회가 열린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의 민속명절 추석을 맞으며" 제6회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가 13일부터 평양시 릉라도에서 진행된다고 11일 보도했다.

17일까지 열리는 경기에서 체급에 관계없이 승부를 가리는 '개인비교씨름' 우승자(남한의 `천하장사')에겐 근 1t에 달하는 `송암명기 소목장'의 대황소와 금소방울, 금메달, 상장 등이 수여된다.

특히 올해 많은 북한 주민들은 `제국주의' 미국이 보내준 식량에 기대어 추석을 맞는다.

미국이 북한에 지원키로 한 식량 50만t중 1차분 밀 3만7천270t(6월29일), 2차분 옥수수 2만4천t(8월4일), 3차분 옥수수 3만2천500t(8월20일)에 이어 4차분 옥수수 2만4천500t이 주민들에게 분배됐다.

식량지원 현장을 다녀온 월드비전의 빅터 슈 북한 담당국장은 "식량자루와 배급소, 배급표에는 영어로 `미국의 선물'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데, 영어를 못 읽는다고 해도 북한 주민들은 모두 미국의 원조식량이라는 것을 안다"며 "식량을 받은 임산부, 노인, 고아원.보육원.어린이병원 관계자들은 너무 고맙다고 여러 차례 인사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2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