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의 영화 칼럼] 전지현 & 장동건 두 배우는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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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시즌 극장가엔 보통 대여섯 편의 한국 영화들이 경쟁하곤 했지만 올해엔 '신기전''영화는 영화다''울학교 이티' 정도가 체면 치레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영화는 영화다'를 보고 새로운 감독과 만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상반기에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이 있었다면,하반기에는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주목받을 것 같다.
'영화는 영화다'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영화배우들에게 '진짜 배우'로 거듭나게 된 영화는 무엇일까였다. 태어나면서부터 배우인 사람은 없을 테고,또 배우라고 해서 모두 연기를 잘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배우 정말 연기 잘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떤 계기가 되는 영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는 전지현과 장동건이었다. 전지현은 CF에서 예쁜 얼굴과 멋진 몸매로 역동적인 테크노 댄스를 추며 단박에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연기에 대해선 항상 물음표가 따랐다. 그런데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엽기적인 그녀'를 연출한 곽재용 감독은 "지현이가 얼굴을 찌푸리고 이상한 표정을 지어도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땐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연습도 많이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든 배우들은 스크린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예쁘고 멋있게 나오길 바란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연기 폭을 제한하는 족쇄도 된다.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배우는 연기를 잘할 때 예쁘고 멋있다는 걸 안 것이다. CF 속 순간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진짜 연기'의 아름다움을 느낀 셈이다. 그 후 '4인용 식탁'이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준다.
장동건은 1990년대 후반 '연풍연가'를 마칠 무렵 너무 잘생긴 외모가 연기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가졌다.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만 보고 연기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캐스팅되면서 '진짜 연기'에 대해 느낀다. 두 선배와 작업하면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나 촬영 현장에서의 마음가짐 등 많이 배운 것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촬영 때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이명세 감독의 연기 특훈이다. 이명세 감독은 장동건을 제작사 사무실의 한 방에 두세 시간씩 혼자 가둬 두곤 했다. 그것도 불을 끈 채로.연기를 위해서 어두운 방 안에서 묵묵히 자신의 연기 모습을 떠올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것.당시 청춘 스타였던 장동건이 이런 특훈에 토 한 번 달지 않고 묵묵히 임했다고 하니 '역시 장동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배우들이 어느 시기에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주곤 한다. 물론 그 바탕엔 연기에 대한 집념과 노력이 깔려 있다.
/이원.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