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채권에 관심을 가질 때가 왔다. 주식시장은 여전히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고 은행의 예금 금리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반면 채권 투자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5.25%에서 동결한 데 이어 경기 하강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당분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금리가 '고점'에 이르렀을 때가 채권 투자의 적기라고 진단한다. 채권의 고정 이자가 높아진 데다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이에 따른 매매 차익까지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확정금리 매력

채권 투자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의 확정된 이자(표면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올리기에는 채권이 가장 적합하다고 조언한다.

노평식 동양종합금융증권 FICC트레이딩팀장은 "8~9월에 은행채를 비롯한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가 채권 시장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특히 카드나 캐피털 회사의 1년 만기 채권은 금리가 7%를 넘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팀장은 "은행채에 주로 투자하는 단기 채권형 펀드를 추천할 만하다"며 "채권의 잔존만기와 펀드의 만기를 일치시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인 만기 매칭형 단기 채권 상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기간을 융통성 있게 정할 수 있다는 것도 채권 투자의 장점이다. 예상 수익률이나 자금 운용상 필요에 따라 잔존 만기가 1년인 것을 살 수도 있고 1개월이 남은 것을 살 수도 있다. 만기까지 보유해서 확정 이자를 받는 것과 그 전에 채권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것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리가 수익률 좌우

채권의 수익률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금리다. 금리가 올라가면 향후 발행될 채권의 금리도 상승,이자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살 수 있다. 그러나 금리가 높아진다고 해서 채권의 수익률이 무조건 따라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게 돼 채권의 매매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 추이를 잘 살펴보고 뛰어들어야 채권 투자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때는 향후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채권 투자 시점으로 적절치 않다. 반면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큰 시점에서 채권을 사면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김 팀장은 "금리가 지금은 높지만 앞으로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즉 금리가 고점에 와 있다고 판단될 때가 채권 투자의 적기"라고 조언했다.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면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기보다 회사채나 은행채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채권형 펀드는 환매를 해야 될 시점에 채권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면 자칫 원금을 손해 볼 수도 있다"며 "직접 투자 형태를 취하면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채권의 수익률은 금리 외에도 여러 가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불안할 때는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으로 몰려 채권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발행 기관의 신용도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박 팀장은 "자금을 안정되게 운용해야 한다면 표면이자율이 조금 낮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회사채보다는 국공채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연 7% 기대수익,해외 채권은 신중하게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채권 투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 전문가들은 은행 정기예금보다 1~2%포인트 높은 연 7% 안팎이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발행기관의 신용도가 높은 우량한 채권으로 만기 5년 내외짜리가 좋다"고 말했다. 노 팀장도 "은행 예금 금리와 비교해 약간 높은 수준에서 기대수익률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을 권했다. 노 팀장은 "투자대상국의 통화가 강세일 때 투자함으로써 환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해외 채권 펀드에 투자하는 고객이 많다"면서 "그러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는 해외 채권 투자의 위험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