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최근 18전17승을 기록,2위에 오르는 등 부산갈매기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야구를 활용한 이른바 '베이스볼마케팅'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에서 무역상을 하는 S사의 김모 사장은 야구덕분에 회사를 살려냈다. 그는 최근 부산 수입업체에 제품을 보냈으나 하자 때문에 거래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급히 부산으로 날라와 수입업체 사장을 만나 통사정을 했지만 "앞으로 거래못하겠다. 보상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고민에 빠진 김 사장은 그때 옆 TV서 중계방송되는 롯데 경기에 흥분하는 수입업체 사장을 보며 '혹시 야구장에 같이 가면…'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입업자에게 롯데야구나 보러가자고 제안,어렵게 승락을 받아냈다.

다음 날 김 사장은 표는 물론 맥주 통닭 등을 미리 준비했다. 수입업자는 "사업이야기는 안하고 야구만 보는 겁니다"라고 못박았다. 다행히 롯데가 역전승을 거두자 수입업체 사장은 '우리가 남이가'라며 김 사장을 얼싸안았다. 야구장을 빠져나오면서 수입업체 사장은 한마디 내뱉았다. "앞으론 엉터리 제품 보내지 마라."

폐지수출업체인 B사 서모 사장은 부산 현지 공장가동과 상품 상태를 점검하러 온 중국인 바이어를 야구장에서 '접대'했다.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면서 야구를 관람했죠.야구가 생소했던 중국 바이어들도 옆 관중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파도파기를 따라하며 좋아했습니다. "

고급 술집에서의 접대를 대신하니 돈도 적게 들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

롯데의 선전으로 사직야구장 일대는 영업사원들의 단골 영업장으로 탈바꿈했다. 거의 매일 3만여명의 관중들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신용카드와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영업사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