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보고서 안 쓰면 안될까요?"

국내 대형 증권사에서 근무한 지 2년째인 애널리스트 A씨는 최근 직속 상사인 투자전략팀장에게 고심 끝에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신이 추천한 종목이 고점보다 80%가량 급락해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아예 종목 분석을 중단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3년차 애널리스트 B씨도 "주가가 워낙 많이 내려 전화벨이 울리기만 해도 항의전화가 아닌가 무섭고 보고서도 쓰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여자친구도 요새 너무 힘이 없다며 안쓰러워 한다"고 토로했다.

이들보다 한참 고참인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은 "3년차 미만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같은 강세장만 봐오다 요즘 같은 급락장세를 처음 겪어서인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며 씁쓰레한 미소를 지었다. 고액 연봉직으로 각광받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지만 요즘은 이처럼 마음고생이 심하다.

신참 증권맨들의 속앓이는 일선 지점에서 두드러진다. 한 직원은 사내 게시판에 "무주식이 상팔자인 것 같다"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가 지점장으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사 2년차 애널리스트인 C씨는 "주가라는 게 항상 등락하게 마련이지만 리서치센터는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쓰는 부서여서 인원 감축 때 1순위가 될 것이란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펀드 매니저들도 비슷한 처지다. 국내 대형 운용사의 2년차 펀드매니저인 D씨는 "펀드 수익률이 저조하면 회사에서 펀드를 운용하지 못하게 중단시킨다"면서 "그러다 회사를 떠나는 선배 매너저들을 보면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물론 담담히 받아들이는 증권맨도 많다. 한 증권사 3년차 직원은 "짧은 기간에 고점.저점을 다 겪어 시장에 더욱 순응하고 변화를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준/박해영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