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생활가전업계 1위인 미국 월풀이 지난 1월 미 무역위원회(ITC)에 LG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냉장고 특허 침해소송 중 2건을 취하했다. 이에 따라 월풀의 무더기 냉장고 특허 소송에 시달렸던 LG전자의 부담이 줄어 들게 됐다. 업계에서는 월풀과의 특허전쟁에서 LG전자가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2일 LG전자에 따르면 월풀은 11일(미국시간) ITC에 제기했던 특허침해 소송의 취하를 결정했다. LG전자가 냉동실 자동 제빙기에 들어가는 물 공급관(ice maker fill tube)의 설계를 변경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두 회사 간 합의가 이뤄졌다.
LG '냉장고 특허전쟁' 기선제압

월풀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냈던 같은 내용의 특허 침해소송 2건도 동시 취하키로 했다. 월풀이 똑같은 소송을 서로 다른 기관에 제기했던 것은 기관의 성격과 결정에 따른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ITC에 소송을 제기해 승리하면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지방법원 소송에서 승소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월풀은 올해 1월 ITC에 제기한 LG전자와 관련된 특허 침해소송 5건 중 2건을 지난 5월 자진 취하했으며 이날 2건을 추가로 취소했다. 월풀이 LG전자를 상대로 ITC에 제기한 소송은 냉장고 도어에 얼음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기술과 관련된 1건만 남았다. 이 소송에 대한 판결은 오는 12월중 나온다.

월풀이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 숫자도 7건에서 4건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3건은 지난 5월 월풀이 자진 취하했던 ITC 소송 2건 중 1건,이날 두 회사가 합의해 취하한 2건 등과 똑같은 내용이다. 월풀이 ITC 소송을 취하하면서 지방법원의 소송도 동시에 포기한 것이다.

반면 LG전자가 월풀에 제기한 특허 소송은 취하 없이 모두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월 월풀이 ITC에 총 5건의 특허 침해소송을 낸 것에 대응해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4건의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가 제기한 소송은 양문형 냉장고와 3도어 냉장고에 적용된 디스펜서 관련 기술,밀폐형 내장 서랍 관련 기술,소비 전력개선 관련 도어가스켓 기술 등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월풀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우리 측이 제기한 특허소송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풀과 LG전자는 미국 냉장고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라이벌이다. 최근에는 LG전자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티븐슨 컴퍼니에 따르면 LG전자의 미국 3도어 냉장고(양문형 냉장고가 위에, 냉동고가 아래 붙어있는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점유율은 1분기 11.9%에서 2분기 23.2%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