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천만명 규모 광역道추진
英, 통합 자치단체 체제로 단순화
獨, 16개州7~9개 광역주로



일본 니시가와현의 마토시는 농업과 경공업을 주력으로 하던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였다. 2000년대 들어 세계의 경쟁 질서가 국가 간 경쟁에서 지자체 간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마토시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대로 머물러 있다가는 생존조차 불투명한 상황.가토 마쓰오 마토시 시장은 지자체장으로서 사심을 과감히 버리고 인근 하쿠산시와의 통합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2003년 2월 합병협의회를 발족시키고 "통합만이 살 길"이라며 꾸준히 설득 작업을 벌였다. 결국 2년 만인 2005년 2월 마토시는 인근 7개 시와 함께 하쿠산시로 흡수합병됐다. 이후 온천,스키장 등 하쿠산시의 관광산업과 연계되면서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됐다.


'규모의 경제'는 기업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합종연횡에 나선 기업들처럼 선진국의 지자체들도 적극적인 짝짓기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각 지역이 갖고 있는 강점에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주민들의 생활권이 크게 확대된 것도 지자체들이 합종연횡에 나선 주요 이유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총 3차례에 걸친 통폐합을 통해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의 숫자를 1888년 7만1314개에서 2006년 1821개로 크게 줄였다. 기초단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자 일본은 중앙정부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으로 이루어진 현행 지방 행정체제를 10개 안팎의 도(道)와 주(州)로 재정비하는 '지역주권형 도주제(道州制)'를 추진하고 있다. 외교,국방 등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기능만 중앙정부가 갖고 그 외 행정·교육·치안 등의 기능은 1000만명 규모의 도주에 이양한다는 구상으로 사실상 미국의 연방제와 비슷하다. 일본은 2018년까지 이 같은 개편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1990년대 들어 지자체 통합을 본격 추진했다. 영국 행정체제 개편의 핵심은 단층제로의 전환이다.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것.1992년 지방자치위원회를 설치한 영국은 우리나라의 '도-시'처럼 '광역단체(County,Region)-기초단체(District)'로 되어 있던 지방행정 체제를 UA(Unitary Authority)라는 통합 자치단체로 단순화했다. 웨일스의 경우 기존 8개 광역·37개 기초단체가 22개 UA로 줄었고 스코틀랜드도 9개 광역·53개 기초단체가 29개 UA로 간소화됐다. 39개 광역단체와 296개의 기초단체를 갖고 있던 잉글랜드는 1994~1998년 5년에 걸쳐 34개 광역·238개 기초단체와 46개 UA로 지자체 간 연계를 강화했다.


독일은 이미 1968년부터 10년간 서독 지역에 대한 지자체 통폐합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자치시(Kreisfreie Stadt),Kreis(광역자치단체),Gemeinde(기초자치단체) 등 자치단체의 숫자를 2만4842개에서 8737개로 64%나 줄였다. 현재는 16개의 주(州)를 7~9개의 광역주로 개편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완전한 통폐합은 아니지만 지자체들끼리 '전략적 제휴'를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남캘리포니아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 6개 카운티는 1999년 지방정부연합(SCAG)을 만들어 187개 도시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교통·주택·산업 계획을 세웠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지역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SCAG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남캘리포니아 지역에 320만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7월 오사카 주변 도시와 간사이 지방을 하나로 묶어 개발하는 '간사이 광역기구'가 출범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구상도 이 같은 세계적 추세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