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에너지분야 진출 기회 많아"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57)은 "경제개발을 위해 추진 중인 원자력발전소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한국을 국빈 방문,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세스쿠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루마니아 정부는 향후 5년간 인프라와 환경,교육 등에 총 540억유로(약 84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기술과 자본을 가진 한국 기업들의 많은 참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역전의 정치인'으로 불리며 루마니아 내에서 인기가 높은 바세스쿠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상회담 결과에 만족하는지.

"2004년 12월 대통령 취임 후 한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해왔다. 2005년 첫 방한 때 정치·경제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다. 이번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방위산업 등의 분야에서 협조하자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는 비슷한 인생 경험을 지니고 있어 호감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시장을,나는 부쿠레슈티 시장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 양국 간 협력 규모가 커지길 기대한다. "

―유망 사업 분야는.

"루마니아는 올 상반기에 9.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유럽연합(EU)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연히 외국인 사업가들이 투자할 분야가 엄청나게 많다. 우선 전자산업을 추천하고 싶다. LG와 삼성이 이미 루마니아에 진출해 있지만,앞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다.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도 유망하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에 한국 기업도 입찰해주길 바란다. 정보기술(IT),자동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임엄과 농업도 잠재력 있는 시장이다. "

―한국 기업 입장에서 투자 매력이 있다고 보나.

"루마니아는 5억명이라는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수출 전진기지를 세워 EU 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다. 또 러시아연방과 시장개방 협정을 맺고 있어 수출 장벽이 낮다.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에도 손쉽게 상품을 수출할 수 있다. 앞으로 5년간 540억유로가 투자된다. 320억유로는 EU에서,220억유로는 루마니아 개발프로그램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경쟁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루마니아의 약 5조원 규모 '체르나보다 3,4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6개 기업이 체르나보다 프로젝트에 입찰할 것으로 본다. 한수원이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에서 뛰어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한국 기업이 이번 입찰을 따낼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은 현재 가동 중인 체르나보다 원전 1,2호기의 기술과 같은 기술을 갖고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전소를 매우 빠르게 건설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웃음).물론 입찰은 입찰이다. 한국 기업이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이고,한국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재계에도 전달했다. "

―최근 그루지야 사태를 둘러싸고 동유럽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몰도바도 어려운 상황이다. 450만명의 루마니아인이 살고 있는 몰도바는 그루지야 사태와 비슷한 국경 분쟁을 겪고 있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우크라이나 몰도바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터키 등 흑해연안 국가를 돌며 각국 정상들과 이 문제에 관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더 이상 이 지역에서 분쟁이 있어선 안 된다. "

―북한 초청으로 내년 초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 동정에 대해 들은 것이 있나.

"김 위원장에 대해선 신문에서 본 것이 전부다. 루마니아와 북한은 오랫동안 깊은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북한에는 건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북한은 물론 지역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건강하길 희망한다. "

출국에 앞서 대통령을 만나려는 인사들이 접견실에 줄지어 기다리고 서 있었으나,약속된 시간을 10분 이상 넘겨가며 루마니아를 알리려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최인한/서기열 기자 janus@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