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빨리 낼테니 입주 당겨주세요" … 연말부터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대구 북구 A아파트의 분양소장은 얼마 전 예비입주자들로부터 올해 안에 준공을 마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분양소장은 " 연말부터 1가구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에 '2년 거주'조항이 추가되기 때문에 조기 준공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공기를 앞당길 여지가 없어 조기 준공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에 집들이를 하는 서울 삼성동 힐스테이트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입주예정자인 김 모씨는 "준공일 며칠 차이로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이 1년 늘어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힐스테이트는 12월 준공이 가능해 입주예정자들만 합의하면 연내 입주할 수도 있다.

15일 부동산 관련 업계에 따르면 '9ㆍ1 세제개편안'에 1가구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인 거주 요건을 강화 또는 추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내년 초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건설업체에 연내 입주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연말부터는 서울 과천과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에서는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되는 거주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거주 요건 자체가 없었던 다른 수도권 지역은 3년 동안 집주인이 직접 살아야 한다. 지방은 2년이다. 집을 사면서 전세나 월세를 주고 시세 차익을 낸 뒤 세금 없이 되파는 일이 막히게 된다는 얘기다.

거주 요건은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이 공포된 이후 취득해 양도하는 주택부터 적용된다.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연말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신규 분양아파트의 경우 취득일은 분양계약일이 아니라 잔금납입일 또는 등기신청일 중 빠른 날짜가 기준이다. 따라서 올해 안에 아파트 준공을 마치고 잔금을 치르면 거주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
"잔금 빨리 낼테니 입주 당겨주세요" … 연말부터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에서 1월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41개 단지,1만9620가구에 이른다.

올해 안에 잔금을 치르겠다는 행동은 재산세를 회피하려고 입주를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재산세는 6월1일이 과세 기준일이다. 이에 따라 입주일이 4~5월인 분양권 소유자들은 집들이 날짜를 6월 이후로 미룬다. 문제는 재산세는 입주를 연기하면 피할 수 있지만 거주 요건을 피하려면 공사기간을 앞당겨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건설업체들은 준공일을 앞당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년 1월에 입주하기로 계획돼 있으면 보통 1월 말에 입주하는 데 준공을 앞당기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광주 수완동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B업체 관계자는 "1년 전이라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완공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공기를 한 달 이상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말로 입주일을 잡은 건설업체들은 희희낙락이다. C건설업체 관계자는 "예비입주자들이 올해 안에 잔금을 내야 한다면 자잘한 분쟁들이 쉽게 처리되는 것은 물론 금융비용도 줄어 들어 좋다"고 털어놨다. 12월 입주 아파트는 전국 59개 단지 3만7099가구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거주 요건이 강화되기 전에 잔금을 치른다는 생각으로 자금 계획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