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선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의 다음 '희생양'은 어디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곳은 미 최대 보험사 AIG(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와 미 최대 저축대부(S&L)조합인 워싱턴뮤추얼 등이다.

블랙리스트의 맨위에는 AIG가 올라가 있다. 지난 12일 리먼브러더스 파산설의 불똥이 튀어 AIG 주가가 하루 새 31%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G는 지난 1분기 78억1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53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고전하고 있다. 더욱이 S&P 등이 신용등급 하향까지 경고하고 나서 '풍전등화'의 형국이다. AIG는 이에 따라 당초 오는 25일 예정했던 구조조정 계획을 앞당겨 발표키로 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고전 중인 워싱턴뮤추얼도 '제2의 리먼브러더스'로 지목받고 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등은 이미 인수 포기를 선언한 상태다.

RBC캐피털마켓의 제라드 캐시디 애널리스트는 "투자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을 시장 가격대로 정확히 평가한다면 추가 자금 조달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라며 "신용위기가 끝나기 전에 300개의 금융회사들이 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