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가 15일 새벽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파산보호(Chapter11) 신청을 한 것은 신규 자본 유치에 실패한 데 이어 매각 협상 또한 결렬됐기 때문이다. 미국 4위 투자은행의 파산으로 신용위기가 증폭돼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사들의 연쇄 파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월가 금융사들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리먼이 매수자를 찾지 못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등 위험성이 높은 자산을 710억달러어치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한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리먼이 이들 자산을 별도로 떼내 배드뱅크를 만들려고 했던 것도 이런 위험을 안고는 더 이상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바클레이스가 잠재 부실에 대한 정부 보증을 요구한 것도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민간 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베어스턴스 사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빚어진 것이지만 리먼의 위험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 온 만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 세금을 쓸 수 없다는 논리였다. 올 들어 민간 금융사를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마다 여론의 비판이 쏟아진 점도 추가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의 배경이 됐다.

리먼이 연방파산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면 법원이 회생 여부를 따지게 된다. 하지만 금융사가 파산하면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임직원이 빠져나가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큰 편이다. 청산된 자산으로 일부 채권은 보전받을 수 있겠지만 리먼과 거래한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상당한 손해를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당국은 이 같은 내역을 이미 파악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꼼꼼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4일 긴급성명을 통해 "시장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