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 등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미 달러화의 강세행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15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유로화에 대한 가치가 두 달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엔화는 불안해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도 강화로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 청산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강세를 나타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달러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엔화는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달러화 강세 제동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달러화는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442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선 유로당 1.4224달러에 매매됐다. 지난 11일 1년여 만에 최고치인 유로당 1.3882달러까지 치솟았던 달러 가치가 하락으로 급반전한 것이다.

그동안 달러화는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는 양호하고 상대적으로 유럽 경제는 악화되고 있다는 전망에 강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등 미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달러가치가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연 2.0%인 기준금리를 내릴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달러가치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UBS AG의 애쉴리 데이비스 통화전략가는 "최근의 상황을 감안해 시장에서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투기적 거래가 있는 것 같다"며 "만약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에 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더해진다면 단기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화는 가치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엔화는 현재 달러화를 비롯해 주요 16개 통화에 대해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이를 청산하기 위해 엔화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호주와 뉴질랜드 달러 등 주요 캐리 트레이드 대상 통화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온라인 환율거래소인 GFT포렉스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뉴욕소재 통화리서치센터 이사는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달러자산 비중 축소

중국은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응,외환보유액 중 달러표시 자산의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이는 또 다른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주무부서인 중국 외환관리국(SAFE)은 최근 수십억달러 규모의 펀드 투자와 관련,유럽 증권사들과 접촉했다. 유럽 증권사들의 상품이 달러표시 자산이 아니라는 점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1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중 60%가량을 달러표시 자산으로 갖고 있으며,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투자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