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 불안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와 긴급자금 투입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긴축 중심이던 정책 방향도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15일 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긴축 우선 정책을 폐기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경제 성장률 둔화,자산시장 붕괴 등으로 경착륙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 불거진 미국발 금융 불안이 결정타를 날렸다.

우선 성장률 둔화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분기 10.1%를 기록,4분기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중국의 지난달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 6년 동안 최저치인 12.8%에 머물렀다. 전달 14.7%포인트보다 2%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8월 수출 증가율도 21.1%로 전달 26.9%에서 둔화됐다. 중국 증시는 작년 10월 6030을 고점으로 수직 낙하,70% 가까이 떨어져 붕괴 직전의 상황에 놓였다.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연간 목표치인 4.5%에 근접했다. 지난 2월의 8.7%보다 큰 폭으로 하락,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싱가포르 UOB 애셋매니지먼트의 마크 탠 펀드매니저는 "이번 금리 인하는 중국 정부가 성장 우선 정책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금융시장에 300억유로(약 42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것도 미국발 금융시장 '지각변동'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투자자들의 불안심리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ECB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ECB는 유로존 금융시장이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CB는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처럼 1000억달러가 넘는 감세를 실시하거나,금융회사 구제를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지는 않기로 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박성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