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으로 월가 투자은행(IB)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 '빅5' 투자은행 중 현재 살아남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조차 생존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처지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주가는 하락하고 채권 부도 위험 정도를 반영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금리는 급등했다. 모건스탠리의 CDS 스프레드는 이날 1.89%포인트 뛴 4.52%까지 치솟았다. 골드만삭스는 1.19%포인트 오른 3.18%를 기록했다. 시장에서 두 회사의 부도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본 것이다.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가 사실상 회사 간판을 내린 데 이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까지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오자 월가 투자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충격에 따른 희생양으로 보기엔 사안을 너무 단순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월가 투자은행의 가장 큰 오류는 과도한 차입(레버리지)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빚을 내 위험성이 큰 모기지 증권과 파생상품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CNN머니에 따르면 2004∼2007년 리먼의 자본은 60억달러 증가한 반면 자산은 무려 3000억달러 늘었다. 불어난 자산 대부분은 주로 주택 및 상업용 건물을 담보로 발행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증권이다. 이 기간에 자본 대비 자산 비중이 24배에서 31배로 뛴 셈이다.

단기 고수익을 좇는 관행도 화를 초래한 요인이다. 전통적인 채권 인수와 중개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돈벌이가 수월한 모기지 관련 증권 투자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증권에 내재된 위험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우량 등급만을 믿고 계속 투자를 확대했다. 총 수입의 60%가량이 회사 투자를 통해 창출됐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이 비중은 40% 수준이었다. 투자은행이 고유 업무를 팽개치고 헤지펀드화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 투자은행들은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면 업황이 좋지 않은 때를 대비해 유보하기보다는 임직원에게 터무니없는 보수를 줘 낭비했다. 리먼은 특히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방만하게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리처드 풀드 리먼 최고경영자(CEO)는 14년 동안 사령탑을 맡으면서 받은 스톡옵션으로 5억달러를 현금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에서는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위기에 약한 투자은행보다는 충분한 고객 예금을 확보한 상업은행 모델을 지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서기열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