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서 만나요

오페라 하면 전체 줄거리와 함께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노래가 떠오른다. 오페라 '카르멘'은 '하바네라'로,오페라 '투란도트'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유명해졌다. 관객들은 이들 곡을 듣기 위해 연주회 내내 숨을 죽인다. 그런 면에서 수준 높은 갈라콘서트는 반갑다. 마니아들은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봐서 즐겁고,초보 관객은 오페라의 대표곡으로 교양을 쌓을 수 있어서 좋다. '제9회 한경 기업사랑 음악회'가 오는 20일 오후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음악회는 '서울시향 갈라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꾸며진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제TV가 주최하는 이번 음악회에서는 지휘자 최선용,성악가 이정원과 김향란,바이올리니스트 데니스 김 등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다. 프로그램에 오페라 아리아 뿐 아니라 서곡과 간주곡 등도 함께 들어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한국 최고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한 서울시향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1부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서곡 연주로 막을 올린다. 현악기의 질주하는 듯 빠른 흐름이 특징이다. 현악 파트가 강점인 서울시향의 연주가 돋보이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어서 연주되는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의 서곡에서는 클래식 음악 안에 녹아든 러시아의 민족적 색채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1부 마지막 곡인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과 '가을'은 바이올리니스트 데니스 김이 맡는다. 섬세한 바이올린 선율로 여름의 열정과 가을의 서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연주의 관건이다.



2부에서는 좀 더 드라마틱한 곡들을 선사한다.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은 주인공들의 비극적 운명이 애틋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은 바이올린의 조용한 선율로 시작해 오르간과 하프가 힘을 실으면서 종교적인 분위기를 함께 전한다. 하차투리안의 발레모음곡 '가이느'에 나오는 '칼의 춤'은 정열적이면서 생명력 넘친다.

이번 공연은 정상급 성악가들의 기량을 한껏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구성된 곡들의 높낮이가 심하고 하이라이트에서는 엄청난 파워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특히 테너 이정원은 전혀 다른 느낌의 곡들을 연이어 불러야 한다. '토스카'에 나오는 '별은 빛나건만'에서는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격정적인 마음을,'투란도트'의 하이라이트 '공주는 잠 못 이루고'에서는 사랑의 환희에 가득찬 느낌을 드러내야 한다.



소프라노 김향란이 부르는 오페라 '나비부인' 중 '어느 개인 날'은 가슴 저릿한 곡이다. 초초상이 남편이 돌아올 것이란 믿음을 노래하지만 슬픈 선율 안에 비극적인 결말을 복선으로 깔고 있다. 김씨가 부를 또 다른 곡 '주여 평화를 주소서'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비극적인 사랑의 운명에 슬퍼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나비 부인'의 초초상과 닮았다. 2만~8만원.1588-789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