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위기 월街…세계경제 패닉] 원화 '나홀로 약세' 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① 달러보다 신용경색에 민감
② 亞서 한국ㆍ印만 경상적자
③'환율하락에 베팅' 후유증
미국발 금융위기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 환율만 큰 폭으로 뛰고 있다. 달러를 제외한 주요국 통화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원ㆍ달러 환율은 16일 하루 만에 50원90전(4.56%)이나 올라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화 환율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신용경색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결제통화인 엔화나 유로화는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지만 글로벌 통화가 아닌 원화는 달러 가치의 흐름과는 별 상관이 없다"며 "최근 원화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글로벌 신용경색"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과 메릴린치 매각 등으로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매각하고 이것이 원화가치 하락,즉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상수지가 올해 100억달러 안팎의 적자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원화의 '나홀로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인도 뿐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자본수지가 흑자를 내야 대외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순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외환보유액을 풀어 부족한 달러를 일부 메워주고는 있지만 달러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외환시장의 '쏠림현상'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900원 근처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달러 약세를 감안해도 당시 환율은 '한국 경제의 실력에 비해 너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조선사 등 수출업체는 계속해서 선물환 매도에 나섰고 정유사 등 수입업체는 수입대금 결제를 최대한 미뤘다.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베팅한 셈이다.
은행들도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겼다. 이는 올해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과도한 선물환 매도로 수출업체는 손에 쥔 달러가 별로 없었고 수입업체는 과거 미뤘던 결제를 지금 메우기 위해 서둘러 달러를 사들여야 할 형편이 됐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환율 하락에 대한 과도한 쏠림현상이 올해 환율 상승에 대한 역(逆)쏠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② 亞서 한국ㆍ印만 경상적자
③'환율하락에 베팅' 후유증
미국발 금융위기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 환율만 큰 폭으로 뛰고 있다. 달러를 제외한 주요국 통화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원ㆍ달러 환율은 16일 하루 만에 50원90전(4.56%)이나 올라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화 환율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신용경색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결제통화인 엔화나 유로화는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지만 글로벌 통화가 아닌 원화는 달러 가치의 흐름과는 별 상관이 없다"며 "최근 원화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글로벌 신용경색"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과 메릴린치 매각 등으로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매각하고 이것이 원화가치 하락,즉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상수지가 올해 100억달러 안팎의 적자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원화의 '나홀로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인도 뿐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자본수지가 흑자를 내야 대외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순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외환보유액을 풀어 부족한 달러를 일부 메워주고는 있지만 달러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외환시장의 '쏠림현상'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900원 근처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달러 약세를 감안해도 당시 환율은 '한국 경제의 실력에 비해 너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조선사 등 수출업체는 계속해서 선물환 매도에 나섰고 정유사 등 수입업체는 수입대금 결제를 최대한 미뤘다.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베팅한 셈이다.
은행들도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겼다. 이는 올해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과도한 선물환 매도로 수출업체는 손에 쥔 달러가 별로 없었고 수입업체는 과거 미뤘던 결제를 지금 메우기 위해 서둘러 달러를 사들여야 할 형편이 됐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환율 하락에 대한 과도한 쏠림현상이 올해 환율 상승에 대한 역(逆)쏠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