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신용카드 시장 진입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하는 등 카드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영세 상인들을 위해 가맹점 수수료를 내려달라는 당정의 꾸준한 요구에도 카드사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는 그러나 인위적인 수수료 인하는 '반시장적 조치'이고 카드사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쟁제한 완화 등 다각 검토"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16일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를 검토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경쟁 제한 때문에 수수료 인하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신규 진입이 쉽도록 규제를 없애는 방안을 포함해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최근 국회에서 금융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 당정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당정은 자본금 규모나 이용자 수,전산 시스템 등 신용카드업 진출을 위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또 신용카드보다 수수료율이 낮은 직불카드의 소득공제율을 높이고 현금을 사용하면 가격을 할인해 줄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용카드의 대체 수단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표매입사를 도입해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가맹점에 판매대금을 지급하고 수수료 받는 일을 뜻하는 전표매입 업무를 카드사로부터 분리하면 다수의 전표매입사가 생기고 이들 간에 경쟁이 벌어져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구상이다.

◆카드사 "수수료 인하 효과 의문"

당정이 논의 중인 수수료 인하 방안과 관련,카드업계는 경영 압박을 우려하면서 실제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 1인당 카드 발급 장수가 3.8개에 달할 정도로 카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진입 장벽을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표매입사 도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다. 한 신용카드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카드사가 하던 업무를 카드사와 전표매입사가 나눠 하게 되면 거래 당사자가 늘어나고 구조가 복잡해져 오히려 수수료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카드업계가 수수료를 내릴 여지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미 지난해 11월 영세 가맹점을 중심으로 2%포인트가량 수수료율을 내려 더 이상의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기업청이 전국 소상공 사업체 2010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0.19%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혁/김유미/유승호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