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ㆍ親朴격론 2시간…'홍준표 거취' 결론 못내
추석 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놓고 친이(이명박)계와 친박(박근혜)계가 팽팽히 맞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16일 연출됐다.

홍 원내대표는 친이계 쪽에 가까움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이계 의원들은 사퇴론을,친박계 의원들은 재신임론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현 원내지도부가 조속히 추경안을 처리한 후 홍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특별한 이견 없이 재신임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나 오후에 열린 의총에서는 친이계의 사퇴론과 친박계 및 중간지대 의원들의 재신임론이 팽팽히 맞섰다.

친이계인 김용태 의원은 "172석 거대여당에 (홍 원내대표의) 대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퇴론을 강조했다. 정태근 의원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개혁입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원내지도부 교체가 불가피하다"며 "추경안을 처리한 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친이계인 권택기 진수희 의원도 사퇴론에 가세했다. 앞서 친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공성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개인의 공과를 떠나 조직을 다시 한번 추스르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사퇴론을 폈다.

대부분 친이 직계인 이들 의원이 사퇴론을 주장하고 나선 건 홍 원내대표의 '끌려다니기식' 협상 스타일 때문에 민주당에 주도권을 넘겨줘 이명박 정부의 개혁 입법을 성공적으로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특히 친이계 내부에서는 홍 원내대표가 연말 개각론 등을 주장하며 청와대에 부담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친박계의 이인기 손범규 이정현 의원 등은 의총에서 "정기국회가 새로 시작하고 있고 미국발 금융위기 등 국내외에 어려운 일이 많은 가운데 원내사령탑을 교체하는 건 옳지 않다. 심기일전해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잘 뒷받침해야 한다"며 재신임론을 펼쳤다. 이는 추경안 처리에 실패한 12일 새벽 예결특위에 참석하지 않은 7명의 위원 중 5명이 친박계였고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유창재/김유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