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급락하자 기관투자가들이 일제히 저가 매수에 나섰다. 싼값에 우량주를 대거 사들여 수익률 제고를 노리는 동시에 코스피지수 하락폭을 최대한 줄여 심리적 공황 상태가 벌어지는 것도 막으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1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투신 연기금 증권 보험 은행 종금 사모펀드 기타법인 등 모든 기관이 동반 순매수를 보였다. 지난 7월3일 이후 처음이다. 이달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연기금이 3153억원을 사들인 것을 비롯 투신(3301억원 순매수) 증권(698억원) 등을 합쳐 이날 기관은 7683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22일(8797억원) 이후 최대 순매수다.

이날 기관은 삼성전자를 1071억원어치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포스코(666억원) LG디스플레이(435억원) 국민은행(402억원) 현대차(341억원) 등을 집중 매수했다. 업종별로는 증권을 빼고 나머지 모든 업종에 대해 순매수를 보였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1400선 아래에선 기관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선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시켜줬다"며 "갑작스런 외부 충격으로 지수가 버팀목없이 흘러내리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자칫 심리적 공황 상태가 발생해 주식형 펀드 대량환매(펀드런)가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의 강력한 매도공세 속에서 기관마저 등을 돌리면 개인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기관의 동반 순매수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